무더운 밤
무더운 밤이다.
선풍기가 쉴사이 없이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덥다.
바람 한 점 없는 듯한 바깥 풍경은 말 그대로 고요하다.
내 귓가에 맴도는 건 다만 이명 그리고 선풍기가
만들어 낸 바람소리뿐..
너무 고요한 밤은 무겁다.
그냥 기분이 무거운 것이겠지.
남편 중학교 친구들로 모인..
말 그대로 깨북쟁이 친구 넷
그리고 그 옆지기들..
알고 지낸 세월도 오래된 만큼 편타.
남편이 부러운 것 중에 하나가
오랜 친구들이랑 가까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뭘 해도 흠이 되지 않고,
뭘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친구들하고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남편이 참 많이 부러울 때가 있다.
남자들이나
그리고 이렇게 고향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이지
여자들은 이러기 쉽지 않다.
나고 자란 고향에서 내 나이까지 살아가는 여자들은 그다지
흔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오늘 안경점에 들렀다.
다초점랜즈에 긁힘이 많아서 그때 같이 맞춰 근시 안경을 쓰고 있는데
이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폰 볼 때도, 뜨개질할 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새로 하지 않은 건..
나 같은 경우에는 다초점랜즈가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고..
또... 이래저래 요 몇 달은 지출이 많았던 탓이기도 하다.
그래도 많이 불편해서 안경점에 다녀왔다.
내 안경 하면서 남편은 노안이 오면서 근시가 많이 좋아졌다는
시력검사 결과지를 받았다는...
이런 좋은 일이 있네.
하긴 안경 없이 운전을 잘하고 다니더라고,
오히려 노안 때문에 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근거리 안경을
맞췄다는..
다초점 하지? 했더니...
멀리 있는 건 불편함 없이 잘 보인다고..
그렇게 해서 거금을 쓰고 왔다.
안경 값이 왜 이리 비싼 건지...
헉 소리가 나더라는...
요 근래에 두 달은 뜨개질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안경이 불편하기도 했고,
보이는 것이 불편하니 집중도 잘 안되고 편안한 자세가 되지 않고
자꾸 손이 눈 가까이 가려하니 아픈 어깨도 더 무리가오는 것 같았다.
뭔가 복합적으로 마음도 몸도 그랫었다.
그냥 좀 들뜬듯한 마음상태..
누가 뭐라는 사람 없지만 자꾸 한쪽으로 밀려나는 뜨개 바구니를
어제는 붙들고 앉았다.
내일이면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여름 도안 하나 가을 도안 하나..
두 개나 구해 놨는데 말이다.
뜨개질에 시들했다기보다는 마음이 그냥 좀 안정이 안 되었던 것 같다는
느낌..
요즘은 코바늘뜨개도 자꾸 눈에 들어오고,
예쁜 가방들도 눈에 들어오네..
더위 가시면 정말 뜨개의 계절이 돌아올 텐데..
적당히 천천히 여유 있게 해야지 싶다.
일주일이면 완성되는 볼레로 하나를 한 달 넘게 잡고 있어서 그런가..
하얀색 편물이 뭔가 손때가 잔뜩 묻은 느낌이다.
깨끗이 빨아서..
원피스 하나 사서 예쁘게 입어야지~
아님 언니 줄까?
우선 완성해 놓고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