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엄마 치과 오시는 날..

그냥. . 2023. 8. 14. 22:47

엄마 치과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만 1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다음번에 오시고 그리고 한두 번? 오시면

이제 먼 치과여정과 좀 거리를 둬도 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도 추운 겨울은 엄마 일정이 바쁘게 잡히지 않아서

괜찮았고,

봄이고 지금 한창 여름..

팔순의 엄마가 다니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단 한 번도 약속 시간에 지각한 적이 없다.

이제 좀 잘 드실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오늘은 남편이랑 같이 병원에 갔다.

4층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을 보고 아 마스크.... 싶었다.

남편 차 있는 주차장에 가서~ 마스크를 찾으니 없다.

가방을 바꿔 들고 오는 바람에 가방 안에도 없고..

편의점으로 달려 마스크 하나 사서 올라가는데

대기실에 앉아 계시는 엄마만 보고 빠른 걸음을 내딛는데

담당 교수님이 인사를 하신다.

일찍 오셔서 일찍 끝났다며 다음번에는 치아가 올라갈 거란다 

젊으신 교수님이 참 친절도 하시다.

엄마가 가깝지 않은 곳에서 내원하시는 것을 알고

점심시간에 병원에 도착하는 날이 많은데

별 문제없으시면 꼭 그 시간에 해 주신다. 그래서 나는 맨날  지각생이다.

오늘도 일찍 간다고 갔는데...

예약시간 두시 마스크 구한다고 뛰 댕기느라 도착한 시간은 한시 오십 분이 마악

되어가는 시간이었는데

엄마는 이미 다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단다.

첨에는 뭐 하러 나오냐 그러시더니

이제는 곧 오겠구나 싶어 기다리고 계시는 거다.

엄마! 우리 집에 잠깐 들렀다 가자~ 했더니

아니란다 다음에 오시겠다고..

그냥 잠깐 들러 가게 어차피 잠깐만 돌아가면 되는데.. 했더니

아니라고..

어머니 안계서. 더운 시간대라 마당까지 차 들어가서 엄마

동네사람 신경 안 써도 돼! 했어도 아니란다.

다음에 가자고..

새로교침 된 딸내집이 궁금도 하실텐데 엄마는 어머니 안계신 시간에

잠깐 들르는 것 조차 마음이 편치 않으신거다.

그래 버스 타고  가신다는 걸  집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

모셔다 드리면 세시 반이면 도착하는데 

버스 타고 가면....

저녁때나 되어야 들어가는 거니 얼마나 피곤할 거야..

남편에게 고맙다.

마음먹기 나름이지만 왔다 갔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엄마 편하라고 내 맘 편하라고 움직여 주니

고맙지.

엄마네서 삶아 얼려놓은 옥수수 한 봉지랑, 오이 한 봉지 가지고 왔다.

우리 집 오이는 비에 너무 시달려서 더 이상 일하기 싫타 하는데

엄마네 오이는 똑같이 비에 시달렸을 텐데도 오이가 주렁주렁이다.

역시 엄마 경력과 실력은 무시 못한다.

토방 화분에 피어있는 천일홍은..

봄부터 지금까지 한창이다.

왜 천일홍이라 하는지 엄마네 화분 보며... 이래서 그렇구나 싶다.

우리 집 천일홍은 꽃밭에 있어서 비에 얻어맞고 햇살에 데이어서 

엄마네 비하면 아쉽기 그지없지만 그럼에도 색이 참 곱다.

천일홍은 만지면 마치 종이꽃 느낌이 난다.

엄마 연세가 팔순이다...

어느새....

홍삼이랑 뭐 이런저런 거 챙겨 드리면

내가 이 나이에 이거 먹어 뭐 하느냐며 자꾸 만류하시며

내 앞에 내미신다.

네가 건강해야지 내가 이 나이에 이거 먹어 뭐 하게 하시며..

그런 말씀하실 때마다 속상하다.

그러면서...

나도 엄마처럼 나이 먹어야지 싶다.

나이 들수록 욕심은 버리고 자연스럽게 살아서

질척이지 않아야지.. 하는 생각..

아름답게 

아니 자연스럽고 적어도 억지스럽지 않게 늙어가고 싶다.

내 몸 내가 챙겨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