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3. 8. 21. 23:05

요 며칠사이에 귀뚜라미 소리가 확실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것이 내 귀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밖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아 
긴가민가 했었는데
오늘은 확실히 귀뚜리 소리가 들리네.
그것도 제법 
귀뚜리 소리는 왠지 차량 맞아.
날이 더워서 더워 죽겠다고 매미가 아우성으로 울어대서 
그리 시끄럽고
밤 바람이 살만해져서 조용한 발라드 같은 귀뚜리 소리는
 처량 맞은가?
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가을이 얼마나 풍요롭고 넉넉하고 가득 찬 계절인데..
아까 산책을 하는데 하늘에 쪽발이 일찍도 나왔더라고,
쪽달이 일찍 나와 있으면 왠지 자꾸 눈이 더 가는 거 같아.
뭔가 여리여리한 것이...
너무 밝은 빛에 가려 제 빛을 발하지도 못하고.. 싶은 것이 말이야.
보름 전쯤인가... 사촌언니한테 톡이 왔다.
잘 지내니? 건강은 어때. 너무 말라서 건강한지 걱정이 되드라.
니가 원래 그랬던 것 같지는 않은데...하고...
가만 생각해보니 그때 언니는 사촌이자 친구의 발병 소식을 듣고
내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은 친구가 수술을 하는 날이었다.
어제 정신없을까 봐서 문자를 넣었더니 전화가 왔더라고..
제법 씩씩했어.
사실은 입원을 했는데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그러더라고.
수술 전까지는 말짱하니 환자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그 맘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얼마나 무서울까 싶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더라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복도 지지리도 없는 것 같은..
그래도 딸은 그렇게 잘 키워놔서 자랑할만하다 싶더니
딸이 호캉스 시켜줘서 입원하기 전 휴가 즐기고 병원 들어가 딸이
병간호한다고..
어린 딸 마음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아픈 모습 딸에게 보여야 하는 친구는 어떨까 싶기도 하고...
오후 늦게  사촌언니한테 문자를 넣어 상황을 확인하고..
근데 무척 말씀을 아끼시네..
그 언니도 아파서 수술하진지 몇 년 된걸로 아는데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은지
이제 그만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
우리 나이가 그렇게 아파서 입원하고 수술하고 그럴 나이인가... 싶기도 하고..
남편친구 와이프도.. 아파서 수술하고 요양병원에 있다고....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이 참  쓸쓸하다.
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도 건강검진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아픈 사람들도 잘 찾아내고, 그래서 세상에 이렇게 아픈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그만큼 예후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기는 하다.

바람이 분다. 창 밖에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가로등 불빛아래 보이는데..
창 안에는 바람 한 점 들어오질 않네
오늘도 역시 더운 밤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할까...
산책 나오라고 손 흔드는 것 같은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그렇지만 시골 밤 산책은.. 너무 깜깜해서.. 
안나가게 된다.
좀 걷다 들어왔으면 좋겠다. 정말로...
이 바람이..그냥 바라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고,
밤 하늘이 그냥 생각만 하기에는 너무 궁금하고......
일찍 잠드는 시골이 아니고, 늦게까지깨어있는 도시었다면 아마도 나는
하다못해 편의점이라도 핑계되고 
바람쐬라 나갔을거야.
마당이라도 한 바퀴 돌아보고 와야 할까 보다.
오늘 밤에는 왠지... 흔들리는 나뭇잎 나뭇잎만큼이나
마음도 흔들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