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뭉이를 위해
국수야 고구마 말랭이로 방석 만들어 주려 했는데
방석으로는 안될 것 같어.
침대하고 이불 만들어 줄까~
말랭이가 쫀득하니 잘 만들어졌다.
말랭이 말린 걸 담아 일부러 멍뭉이 앞에 내려 놓으니
동방예의지국 멍뭉이 답게 우리 멍뭉이 입이 먼저 가는 것이 아니고
달라고 고구마 주세요~ 하고 양푼 가장자리를 긁으며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획 낚아 채 가도 뭐라 안 할껀데
늘 간식을 말리거나 지 먹을 뭔가를 내가 만들고 있으면
훔쳐가거나 쓱 물고 가는 일이 없다.
지 먹을 것인 줄은 또 똑똑하니 알아가지고는
주세요~ 한다.
정리하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거 있음 순식간에 물고 달아난다.
귀여운 녀석..
많아도 너무 많다.
큰아이한테 찍은 사진을 보냈더니 기겁을 한다.
뚱띵이 되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좀 토실해야 귀엽지 않느냐 했더니
그럼 관절에 무리 간단다...
못 말리는 멍뭉이 걱정~
나더러 걱정 많다고 잔소리 하는 아들이
걱정이 더 많은 듯 하다.
오전에 청소기 돌리고 마악 씻고 나오는데 동서가 왔다.
어머니가 잠시 다녀가라 했다면서...
커피한잔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참 편하다.
뭔가 결이 비슷한 사람 같다는 느낌이 주는 편안함일까?
그래서 말도 잘 통하고, 비슷한 부분도 많다.
결이 비슷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 결 사이사이 반짝이는 은사가 섞여 있는 듯한 동서는
외유내강인듯 하고,
나는 외유내유인 듯 그렇다.
아니 나도 무진장 강할 때는 강하다. 남들이 모르는 강함이 있다.
그런데 그걸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안 해주는 것 뿐...
남편은 그래도 어느만큼은 알아주지만 쓰잘데 없는 거라고 그런다.
머리와 입이 따로 노는 실수를 많이 하지 않고 편안하게
같은 관심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동서에게도 좋은 시간이었으리란 느낌이다.
나는 말을 잘하사람이 아니다.
아니 하루종일 말을 많이 한 날은 목이 먼저 피곤하다고
목소리 내는 걸 힘들어 하고 목에서는 쇠소리가 올라온다.
그건..성대가 약한 것이 아니고,
말을 많이하면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그런 이상한 체질?
그런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게 있다.
그런데 이 동서하고는 하루종이 같이 있어도
많은 말을 나누어도 목이 쉴 것 같지가 않은 몇 안되는 사람들 중에 하나다
가끔은 서운하고,
가끔은 또..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동서가 편하고 좋다.
나이 더 먹어 호호 할머니가 되면 우린 서로에게 더 좋은
동서지간이 되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 있다.
그냥...
서로에게 마음으로 의지되는 좋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