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지......내리네

가만가만 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그쳤네.
비 내리고도 많이 추워지지 않은 한 해의 끝자락..
남편이 언니랑 동생한테 치킨 쿠폰을 보내줬다.
고맙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벌 거 아닐 수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실행 못하는 부분..
물론 성격 탓도 있다.
부담스러워 할까봐서..
그거 치킨 쿠폰 그게 뭐라고.. 그렇지만
그것도 마음이 없으면 못하는 게 맞는 것이기는 하다.
하루종일 비실 거렸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랬다.
목소리는 갈라지고 몸은 늘어지고
속은 아프고..
병원 다녀오라는 남편 말에 오늘 토요일이고
병원 갈 만큼은 아니라는 나..
꼭 울 엄마 보는 거 같다.
감기 심해지기 전에 병원 다녀 오시라 했더니
토요일이라며 괜찮다 하셨다.
그리고는 일요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그렇게 묵혔다 병원 가서는
지금도 고생하고 계신다.
난 뭐 그 정도로 심해질 거 같지는 않은데
뭐 몸 상하고 남들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은
엄마나 다를 바 없는 것 같기는 하다.
누구 탓 못한다.
그냥 내 탓이지..
저녁에..
허기는 엄청 지는데..
아침도 점심도 대충 해서 그랬을 거다.
먹고 싶은 게 없는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먹고 싶지가 않은 거..
배는 고프다 하는데 먹고 싶지는 않고..
남편은 모임이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저녁이란.. 참..
남편이 있었으면 어떻게든 누룽지라도 끓여 먹었겠지..
고민고민 하다가..
라면 끓여 먹고..
먹을 때는 잘 들어갔는데
속이 다시 ㅎ.ㅎ.ㅎ.
미련한 짓을 한 거지..
그냥.. 콩나물국밥이라도 먹으러 가자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있었지만
아들은 출근했고, 나 속 안 좋은 줄도 모르고
남편은 동네 모임 총무니 안 나갈 수 없고..
어떻게든 먹겠지... 싶었겠지만 내심 쫌 서운 하더라고..
울 엄마는 감기로 며칠 고생하면서 밥맛 없어서 고생하셨다 하다니
난 뭐 고작 어제저녁부터 부글 거리는 속 끌어안고
서운하다 할 상황은 아닌 것 같기는 하다.
소화제 털어 넣고... 뭐가 좋을까...
꿀물도 도움이 안 되더라고.. 따듯한 물 한잔 마시고....
물 한잔만 뜨끈하게 마셔도 몸이 더워지는 효과..
후끈 몸이 달아오른다.
참 반응이 빠른 몸을 가졌다.
그렇게 올라오려는 속이 이 시간에는 어느 만큼은
잠잠해진 것 같다.
내일도 비가 내린다 한다...
이렇게 올해도 다 가고 있는 모양이다.
내일은 반드시 말짱해져서..
남편이 사 주는 맛난 점심도 먹고.. 영화도 봐야지
아들이랑 셋이서 점심 먹기로 했는데
이 모양이면 또 여러모로 여기저기 민폐잖어.
민폐 캐릭터 이제 그만하고 싶다 정말..
마악 마무리 하려는데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또 이명에 속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창문을 열었는데
쏴아아 비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 노트북이 있는 창은 이중 창이 아니어서 빗소리가 잘 들린다
춥기는 하지만
그런 또 좋은 점이 있다.
아마도 여기도 집안처럼 이중창이었다면 비 내리는 거 모르고
잠이 들었겠지.
비 내리는 소리 들으려고 창문을 활짝 열었는데도 춥다는 생각이 안드네..
크으..
신물이... 목구멍까지..
흐...이게 무슨 비 이야기 하다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오날 밤은 조금 더 길게 열린 창으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어도 좋을 것 같어.
비가 내리네
밤은 자꾸 깊어 가는데 비가 내리고 있다.
빗소리가 나는 참 좋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뭔가 아련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겨울이라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거나 깰 수는 없지만
이렇게 춥지 않은 밤 빗소리를 들을 수 있어 참 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