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새벽 4시 너머 아들 넘 톡 진동에 눈을 떠서는
일출 보러 가는구나 하고는 그때부터 기다렸다.
가만히 이불속에 누워서 아들이 일출 사진 보내주기를..
올 때가 되었는데 되었는데 기다리다 엄마네 가고 있는데
톡이 왔다.
이렇게 멋진 일출 사진을 담아서는..
몇 년 전부터 아들은 새해 일출을 보러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오늘처럼 근무도 아니고 날도 좋아 예쁜 일출을 보기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거
아는데 이렇게 멋진 일출을 보았으니
새해 아이의 새 기운이 참 좋을 것 같다.
그 기운 나누고자 보내준 자신이 너무 고맙다
작은아이에게도 나누고 싶어서 사진 보내줬다.
내 아들이 찍은 사진이어서 그런가 일출이 더 멋진 거 같아.
엄마네 가서 점심 사 드리고 왔다.
말 그대로 잠깐 얼굴 보고, 건강검진 결과지 살펴보고.. 그러고
점심 식사하고 마악 마을 회관 마당에 들어서는데
어른들이 골목길을 걸어 나오고 계셨다.
요 며칠 아무도 회관에 나오지 않기도 했고 감기가 심해서
엄마는 집에만 계셨다 했다.
꼼짝도 안하고 방 안에서 누웠다 앉았다만 하셨다는데
엄마 얼굴이 푸석해 보여 마음이 쓰였다.
엄마! 오늘은 회관에 모여서 놀으실 모양이야. 우리 얼른 갈게
엄마 가서 놀아~ 하고 서둘러 왔다.
엄마도 오랜만에 골목에 모습을 들어 내신 어르신들이 반가운 기색이었다.
겨울엔 걱정이 없었는데....
마을이 함께 늙어가니 서로 모여 한 두 끼 밥 해 먹는 일도 버거운 동네가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렇게 서둘러 왔는데 어른들은 회관에 모이시지 않고 동네 어르신 한 분이
건강검진 결과지를 부녀회장님께 봐 달라 해서 그 집에 잠깐 모였다
가셨다 한다.
내일은 점심 먹고 모이자 했다 하니.. 내일은 그래도 안심이 된다.
젊은 사람도 혼자 늘어져 있으면 기운 빠지는데 싶어
걱정이다.
그리고 나는....
서류작성..
몇 십 년을 해도 늘지 않는..
결산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결산인데..
남편 일을 내가 해 줘 버릇해서 내 일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오늘은 그중 한 모임의 회칙 변경이 있어서 회칙도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해서
한참을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이제 마약 프린트해놓고
들어온 김에 일기도 쓰고 가야지... 하고 일기 쓰고 있는 중이지
노트북 앞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눈이 뻑뻑하네
우리 멍뭉이는 꿈까지 꾸며 내 옆 의자에 웅크리고 자고 있다.
방에서 따듯하게 자면 좋으련만...
그래도 오늘은 많이 춥지 않아서 편한 모양이다.
새해 첫날 봄날 같았어.
미세먼지는 뻑뻑하게 들어차 있었지만 포근해서
움직이기는 좋더라고.
근데.. 첫날 느낌도 다르지 않아.
어제의 내일이고 현재의 오늘이고 내일의 어제가 될
새해 첫날 오늘.. ㅎ..
나이가 들어갈수록 감흥은 덜 하는 것 같다.
그냥 무조건 안정 안전, 평안만이 가득가득한 날들로 채워지기를
다시 한번 마음 모아 두 손 모아 바라본다.
모두에게 평안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