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산책 좋아하는 멍뭉이

그냥. . 2024. 1. 11. 22:04

오늘도 산책은 일과다.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밥 먹을 시간 되면 저녁밥 먹는 것처럼

멍뭉이 산책은 일상의 일과다.

헬스에 요가까지 하신다고 거기다 여전히 친해지기를 거부하는 단백질과

싸우느라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끌어안고 무거운 마음으로

현관문을 나선다.

멍뭉이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보면 

발걸음은 어느새 가벼워져 있고, 너덜너덜하던 마음도 어느 만큼은

정돈된 느낌이 든다.

산책... 

참 좋은 단어다.

뜻도 알고 잘 쓰고 있는데 국어사전에는 뭐라고 정의되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그래서 찾아봤지.

 

산책散策 은 느긋한 기분으로 한가로이 거니는 것’을 말한다. 

 

그래 다 아는 단어이고 너무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데도 

또 느낌이 다르네

나의 산책을 동행해 줄..

아니.. 나를 산책의 길로 늘 안내해 주는 멍뭉이가 있어 오늘도 나는 겨울 천변을

걸었다.

거기엔 물 오리도 있었고, 마른 풀대 사이로 산책하는 바람도,

사람도, 그리고 하늘에 구름도 있었어.

사실..

나만 생각하면 요즘은 산책이 필요치 않다.

헬스랑 요가하느라

몸 좋아지려고 하는 일인데 그 정도를 잘 모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누구도 처음은 이렇게 힘이 들고 다리가 후둘 거리는 건지 알 수는, , ,,............

 

 

 

ㅎㅎㅎㅎㅎ

ㅎㅎㅎ

옆집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 후배가 혼자 사는데 어디 가나?

아님 지금 들어오나.. 싶었는데

남편 폰이 울린다..

폰벨 소리가 너무 커서 줄이려고 가 보니

그 후배다.

근데 이미 전화는 끊어졌다.

그래서 마약 다시 노트북 앞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남편 이름을 부르면서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피식 웃으며 서둘러 발걸음을 현관 쪽으로 재촉하는데

초인종이 올린다.

현관문 열며.... 어머 안녕하세요? 했더니...

거.. 저쪽 방에 창문에 불빛이 막 올라가던데 거 뭐예요? 한다.

흐흐흐.. 네 그거 제가 난로 켜 놓은 거예요. 에탄올 난로..

했더니.

뭐 타는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아니에요. 제가 뭐 좀 하느라 그 방에서 난로를 켜놨더니...

근데 어디 다녀오세요? 

아.. 네 동네 한 바퀴 하고 오느라고요. 하시길래

이 시간에요? 했더니.. 오늘은 돌다 보니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며..

형님은요~ 

지금 자요~ 하니

벌써요? 한다.초저녁 잠 많잖아요~어쨌건 고맙네요~ 하고는 그분은 멋쩍게 돌아가셨다.나는 거의 매일 에탄올 난로를 켰었는데..물론 날이 많이 춥다는 이유로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는 날들이 많기는 했었지만오늘은 창밖으로  내가 바라보는 저 불꽃이 아른 거렸나 보다.무슨 마음으로 전화를 하고, 가던 길 되돌려 한참을.. 무슨 마음으로 불 꺼진 집에 초인종을 눌렀을지 알기에웃음도 나고.. 흐흐흐.. 고맙기도 하네..나의 낭만이이웃의 고마운 마음을 확인하게 만드네..

갑자기 안 추워졌어.

  

작은아이에게 오래간만에 문자를 보내봤다.

잘 있는지.. 궁금해서..

너무 연락 안 하고 살면 정 없는 엄마라 할까 봐서..

그런데 이 넘은 늘 동그라미 두 개다.

ㅇㅇ

그래 또 뭐 어쩌고 저쩌고 하면 

ㅇㅇ

그래서 또 이러쿵저러쿵했더니

ㅇㅇㅇ

ㅇㅇㅇ

뭐가 좋아 이번에는 동그라미가 세 개냐? 하고 물어더니

그냥.. 한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아들아 대화라는 걸 좀 해보자 엄마 동그라미 

별로 안 좋아해

했더니

알았어. 한다.

이렇게 무심하게 통화할 수 있는 날들이 좀 서운하기도 하지만

많이 감사하다.

잘 살고 있으니

언제든 문자 넣으면 보는 대로 바로바로 답해주고...

성격 상 다정한 말은 못 해도,

늘 걱정해 주고 안심시켜 주는 아들이니 뭘 더 바라겠어.

근데.. 내가 아는 아들이 아들의 모든 모습은 아닌 것 같은 느낌...

여자 친구에게 아들은 참 많이 다른 것 같은... ㅎ...

그래... 세상에 그렇게 좋은 사람 있다는 게 또 얼마나 행운이니

이 시기 이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 행복 누리길 바란다.

섭섭하단 마음보다는.. 저게 내 아들 맞아? 싶은 거지...

그랬어. 지난번에 집에 왔을 때 통화 하는 거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