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4. 1. 19. 22:21

하루 종일 침대랑 씨름하고 있으면서

어스름이 집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스름이 집안을 점령하든 말든 내버려 두는 주인이

오늘은 뭔가 안 좋은가 싶은 모양이다.

옆에서 저렇게 자리 바꿔가며 자세 바꿔가며 누워서는

자다가 깨다가 그러고 있다.

산책 나가자고도 안 하고 간식도 찾지 않는다

내 옆에 8년이니 주인 컨디션도 알아채는 눈치는 있는 멍뭉..

흐..

그래 내가 니 주인이다.

그렇게 그렇게 봐 주는 눈치도 있구나 싶었는데  결국은  집안에 들어온 것 보다

더 무거운

어둠이 골목을 어슬렁 거리는 데 굳이 동네 한바퀴 하고 

들어오셨지.

떼쓴 거보다는...

나가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여서는...

어쩔 수 없었다.

감기가 오면 우선 입맛이 달아난다.

뭐 먹고 싶은 것이 없다.

아침에는 맹물에 밥 한술 말아먹었고,

점심에는 볶은 김치에 물 말아 밥 몇 숟가락..

약 먹기 위한 수단..

허기는 지는데 먹고 싶은 건 없고, 뭐 해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설거지도 하루종일 그것 그대로.. 

그래봐야 컵 몇 개, 남편 아침밥 먹은 거 내 밥그릇 숟가락..

예전처럼 이제는 많이 아프면 꾸역꾸역 뭘 하지 않는다. 하려고도 않는다.

모임 다녀온 남편이 설거지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맙다. 이따 밤에나 좀 움직여 볼까 했었는데...

내일은 좀 어지간하면 콩나물국밥이나 먹으러 가자 할까

이렇게 심한 감기 아니어도 입맛이 허공에 흩어진 연기가 되어 버리는데

엄마는 어떨까 싶다.

아무리 아파도 본인이 아니면 움직여 줄 사람 없으니..

먹는 걸 즐기시는 분도 아니고..

감기는 내가 잘 이겨 먹는다.

올까 말까 하다가 대부분 내 싸늘한 경계심에 못 오고 돌아가는 경우

많은데

이렇게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생각을 않는다.

나는 감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감기는 나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수시로 시시 때때로 기회를 노리는 거 아닌가 싶다.

약을 먹었더니 좀 살만하기는 한데

그래도 일찍 자야겠다.

하루종일 뒹굴 거리고 있었는데 잠이 잘 올진 모르겠지만

병원약을 먹었으니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