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4. 1. 23. 23:01

 

장미베고니아다.

꽃집에서 데려올 때에는 한송이 꽃봉오리처럼

그렇게 저 꽃망울들이 마치 수국꽃처럼 피어 있었는데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꽃인체로 떨어지는 꽃이 처음에는 너무 아까워서

유리잔에 물을 담아 띄워 놓기도 했었지만 그렇게

하나씩 둘씩 떨어지더니

어느 날 부턴가는 두두둑 두두둑 떨어지더라고..

그래도 남아 있는 꽃들이 아까워서

다 저버린 꽃대만 잘라주고는 했었는데...

그렇게 아까워하고 안타까워해도 꽃은 질 때 되면 알아서 지는 걸..

딱 한송이 나는 이런 꽃이 피는 아이입니다.라고 이름표 달아 주듯

한 송이 남기고 모든 꽃대며 시들어가는 꽃들을 다 잘라 주었다.

그리고는 한참..

작은 새 잎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저렇게 다시 꽃이 피기 시작했다.

한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네 송이...

지금 대여섯 송이쯤 활짝 피었고..

꽃망울도 제법 있는 듯하다.

꽃집에서 데려올 때만큼은 아니어도

이쁘네...

내 집에서 내가 준 물 먹고, 내가 준 비료의 도움을 받고

내 창가로 쏟아지는 햇살로 피워낸 꽃이어서 그런지 더 예쁘다.

수국모양으로 단시일에 빵빵빵 폭죽 터지듯 꽃망울이 터지지는 않겠지만

한송이 또 한송이 그렇게 뻥 터지는 꽃망울을 보고 기다리는 일도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오늘은 정말이지 춥더라고..

산책을 나가려는데 눈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거야.

그래서 그랬지 멍뭉이한테 창밖을 보여주며..

봐봐 멍뭉아 저렇게 밖이 저래도 나갈 거야?

했더니

그래도 나가시겠다고 그러는데 참... 정말 귀찮더구먼..

그래도 어쩌겠어. 따듯하게 입히고 따듯하게 입고 나갔지.

근데 말이야 웃긴 건..

마악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데 쏟아지던 눈발이 가늘어진 거야.

마치 먼지처럼..

흐... 눈송이도 멍뭉이의 산책을 돕는구나 싶었지.

그래도 추운데 자꾸 천변으로 가려고 해서..

오늘은 진짜로 그쪽으로 가면 얼어 죽을 것 같아서..

아니 아마 모르는 사람은 오해할지도 몰라.

날이 이렇게 추운데 저 어린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고 싶을까?

저거 학대 아니야! 하고..

그렇지만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 아니야.

멍뭉이 의지지

그래서... 안아 올려서 타이르며 동네를 조금 크게 돌아 다녀오는 길로

움직였지.

멍뭉아! 그쪽으로 가면 오늘은 너랑 나랑 얼어 죽어! 하고..

그러니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엄마가 이렇게까지 그러면 정말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따라 주더라고..

우리 멍뭉이도 그러고 보면 착해..

그렇게 돌아 현관문 열고 들어서니

볼때기가 다 왕왕 거리더라고.. 얼마나 추운지

멍뭉이는 신이 나서 나갔다 왔으니 간식 내놓으라고 왕왕거리고~ ㅎ..

저 아인 분명..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를 줘.

내가 이 추운 날 저 아이 아니었으면 산책을 했겠느냐고.

눈 날리는 날이면 그저 눈이 좋아 눈 쫓아다니던 시절

물론 있었지.

근데 지금은 글쎄... 네..

여전히 눈이 좋기는 하지만 요즘은 이쁘게 내리지를 않네.

바깥날이 엄청 추운가 봐.

이 방에 들어온 지도 이십 분은 더 된 것 같은데

찻잔은 식어가고

아직도 무릎이 시리고 춥다 느껴지는 것이 말이야.

시시티브이 속 엄마 집에는 눈이 곱게도 쌓였더라고..

발자국도 길도 없는 눈밭이 된 꼭 닫힌 대문이 보이는 마당

많이 좋아지시고 계시니 이번 주면 퇴원을 하실 것 같기는 하다.

엄마는 엄마 자리에 계시는 모습이 제일 좋다.

병원이 물론 따듯하고 쾌적하겠지만

엄마 안 계신 화면 속 엄마집은 뭔가 쫌 그래서 자주 들여다보게 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