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깊어가는 겨울같은....

그냥. . 2024. 2. 6. 22:00

 
비 내리는 겨울 바다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비 내리는 바다가 겨울 바다가 궁금한 날이다.
위에 사진은 아주아주 오래전에 남편이랑 갔던 심포항..
라디오를 듣다가 애청자가 바다 이야기를 하니 진행자가 추천해 주었던 곳이
심포항이었다.
그래서 그때.. 심포항 심포항 노래를 불러서 
다녀왔던 곳이다.
그때는 저 바다보다 저 바다 가는 길에 보았던 눈 덮인 김제
그 넓고 넓은 평야가 더 마음에 남았던 기억이 있다.
언제 비내리는 겨울 바다를 봤는지..
보기는 했었는지 기억이 없다. 
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저녁에 뜨개질을 하면서 티브이를 보다가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날마다 해야지 하는데.. ㅎ... 우습지
남도 아니고 엄만데 가끔은 귀찮은 생각이 든다.
혼자 계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당연해야 하는 게 맞는데
전화하는 게 무슨 큰 일 하는 거라고..
몇 분 걸리지도 않는 그 일을 두고 가끔은 할까 말까 저울질하고 있는 내가 참
한심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남편이 더 챙긴다 어머니한테 전화했냐?
엄마 통화 했어? 하고...
대부분 했지... 하는데 아니... 깜박했어.. 할 때 있다.
깜박한 것이 아니고.. 늘 마음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냥.. 건너뛰기하듯 건너뛰고 싶은 충동이 왜 생기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귀차니즘이겠지.
아무짝에도 쓰잘데 없는 귀차니즘..
엄마는 길고 긴 겨울밤 티브이 앞에 앉거나 누워 
졸면서도 자식들 전화 분명 기다리고 계실 텐데 말이다.
연결음이 끊기고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어.. 딸...
어 엄마 저녁 드셨어?
먹었지. 돼지고기 김치 넣고 끓인 거.. 거기에 밥 말아먹었어.
엄마가 돼지고기 찌개를 다 드시네 
그러니까 소고기보다 낫더라 얼큰하게 끓여서 먹응게
다른 때는 그냥 숟가락으로 떠먹는데 오늘은 밥 말아서 먹었어.
잘했어. 속이 니글거릴 때는 얼큰한 게 좋지..
엄마 돼지 등뼈 사다가 김치 넣고 끓여 먹으믄 좋은디...
명절이나 지나고 끓여 먹어야지..
동네 시누실댁이 사골 끓여 한 냄비나 가져왔당게 거기다 고기까지 썰어
가지고..
동네 맨날 신세만 지고 산다.
엄마는 다 그렇게 돕고 그러며 사는 거지..
그 아주머니는 글을 잘 모르셔서 엄마가 도움을 가끔 주고 계시는 걸로 알고있다.
그거 아니더라도 엄마는 동네에서 엄마 자리가 확실한 것 같아 늘 뿌듯해하고 있다.
오늘은 마을회관에서 운동하는 날이어서 두유 한 박스 들고 가서 나눠 먹었다고..
근디..청댕이덕이 엉덩이 뼈가 아작나버렸단다..
어! 그아주머니가 왜 어쩌다가?
사골 끓이려고 물 떠다 나르다가 넘어졌디야 그래서 일일구 불러 병원 갔다드라..
그 넘의 사골이 뭐라고 거기는 허리가 꼬부라져갔고 몸이 성치가 않은디 말이여
모욕가서 보면 가죽 밖에 없당게 
근디 그 넘의 사골 끓이다가 그렇게 돼 버렸디아..
엄마..엉덩이뼈는 고생 많이 하실텐디...
그러게나 말이다.. 미끄럼 조심해야한당게
엄마 입원했을 적에도 미끄러져 뿌러진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었당게
넘어지는게 정말 큰일이더랑게..
뒷집 물맹이덕도 폐암으로 병원 들어가 버렸지
청댕이덕 엉덩이 부서져서 병원 갔지
춘수리떡은 치매로 정신 못차리지 하시며 한숨이 늘어지신다.
엄마 미끄럼 조심해야 해
골다공증 약 드시지? 
아니.. 치과 다닌다고 못 먹었지.
치과 끝났잖아. 검사해 보고 드셔.. 뼈 부러지면 정말 고생 많이 해..
긍게 병원 가면 검사 한 번 해 봐야겄다.. 하신다.
신탱이덕이라는 분과 청댕이덕이라고 엄마가 가장 가깝게 지내시고 그런다
아무래도 신태인이 친정인 분이고 청댕이는 어딘지 모르겠지만..
신탱이덕 그니까 정숙이네 엄마는 작년에 심장 수술 하셨고....
동네가 늙어간다.
엄마 마음은 어떨까 싶다.
같이 젊은 시절부터 부대끼며 평생을 살아온 분들이 하나 둘..
사그러져 가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어떤 생각이 들지 
외롭고 두렵지 않을까..
혼자 있는 밤 생각은 많아지고 잠은 달아나지 않을까... 싶다.
나이 들어가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참 허무한 일인 것 같다. 젊은 사람이 귀한 시골 작은 마을은 특히나 더
주변 사람들이 사그라져 가는 것을 보는 일은...
무덤덤해질 수 없는 현실.... 
마무리가 쉽지 않은 게 인생 같다. 좋은 마무리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