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4. 2. 12. 15:11

겨울 햇살이 비스듬히 누운 거실은 포근하다.

부드럽고 포근하기만 한 이 겨울 햇살을 저축할 수 있다면

아껴 담아 두었다가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날이 있다면

담아 두고 싶다.

그냥 바라만 봐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햇살..

햇살이 참 좋은 오후다.

남편이 차량 내비 업그레이드를 해 달라고 며칠 전부터 이야기를

했었다.

폰 네비 쓰면 안 돼? 하고 물으니

글씨도 작고 화면도 작고 해서 불편하시단다.

그래서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에스디카드를 뽑아 왔는데 리더기가 안 보인다.

작은 아이방 책상이며 책꽂이며 다 뒤졌는데 안 보인다.

팬트리 안에 전기제품 모아 둔 곳을 세 번이나 뒤져도 안 보이고,

큰 아이 방 책꽂이를 삿삿히 뒤져도 안 보인다. ㅎ..

분명 잘 두었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다.

내 노트북은 에스티카드 리더기가 있어야 해서.. 

나갔다 와야 하나.. 그러다가

고인물이 된 지 이미 오래인 작은아이 노트북을 보니 에스티카드가 

들어가게 되어 있더라고..

충전해서 어플 업그레이드 하고..

근데 이넘의 노트북이 재 부팅 되는데 반 시간도 더 걸린다.

기다리기 답답해서 화분도 좀 들여다 보고..

다시 또 리더기 찾아보고..

아........ 그러다 찾았다. 세 번은 더 뒤졌던..

분명 거기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살펴봤던 그 통에

얌전하게도 들어 있는 것이다.

한심하기도 어이없기도...

리더리로 내 노트북에 꽂이니 자동으로 연결되어 진행된다.

옆에 아들 노트북을 망가지면 말고~ 싶은 심정으로 전원버튼을

다시 눌렀다 켰는데 그때사 제대로 작동되는..

이 뭔 일인지..

원래 부팅 될때는 전원에 손대는 거 아닌 걸로 아는데 말이다.

어찌 됐건 되었으니

네비 업 시키고 있는 노트북 옆에 아들 노트북으로 내 스토리에 

들어가니

손님으로 인식하네..

셀 수 없이 많은 일기들 때문인지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간단하게 정리된 모습으로 열린 일기장을 들여다보니

기억이 새록새록이다..'그랬지..

그랬어....

그랬구나... 하며 한 참을 들여다봤다.

가끔은 두어 발짝 떨어져서 타인을 보듯

자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노트북이 저 정도로 느려 터져서 일하기 싫다 하면

하드만 꺼내 물에 담그든지 어쩌든지 하고..

버려져도 벌써 버려졌을 텐데

아들 거라.. 그러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버려지겠지만 말이다.

카드에는 업이 다 되었으니 남편 들어오면 

차에 꼽아 설정만 해 놓으면 된다.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해 줘 버릇해서 해 달라 하는 것 같은 남편..

그래.. 뭐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기는 한데 말이야..

내비 업 시키느라 한나절이 가고 있네

멍뭉이랑 산책 다녀와야겠다.

아직 햇살이 너무 좋아..

봄이 금방이라도 안녕! 하며 인사할 것 같은 느낌이야.

흐...

네비에 집중했더니

두통이 사라졌어.

두통 그 넘도 내 허술하고 한가한 틈을 넘보는 거 같기도 하다.

햇살과 멍뭉이와 나의 산책이

기대되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