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4. 2. 23. 22:49

 

날이 흐리기는 했지만 오후에는 비가 그쳤다.

날이면 날마다 내리는 비 때문에 오랜만에 산책을 나온

멍뭉이는 신이 났다.

며칠 쉬어서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날아다닌다.

비 내린 뒤라서 바람이 좀 차갑기는 했지만 

산수유 꽃망울이 금방 터질 것 같더라고..

동네 앞에 있는 카페 정원에는 이미 홍매화가 화사하게 피었더라고..

봄은 이미 시작된 거지.

봐봐..

양 옆 여린 가로수 아래에도 푸른빛이 돌고 있잖아.

풀들도 이미 봄이 오고 있음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잖어.

멍뭉이도 신나고.. 덩달아 나도 기분 좋고..

 

밥 먹기 싫어서 점심을 조금 늦게 먹었더니

저녁이 또 먹기 싫더라고..

남편이 있으면 한 숟가락이라도 때 맞춰 먹었을 텐데..

일이 늦게 끝나서 저녁 식사 하고 들어온다니

먹을 생각도 안하고

뜨개질이나 하고 있다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허기가 지는 거야.

뭘 먹을까...

청국장 데워 먹을까.. 귀찮아..

라면하나 끓여 먹을까? 그것도 귀찮은데..

먹지 말까?

아니야.. 배고프면 무조건 먹어야 해..

낮에 운동 갔다가 들은 말들 그새 잊었어?
내장은 어디에 두고 다니느냐..

체질이냐..

언제부터 그랬느냐..

몇 킬로그램이나 나가느냐..

흐..

내장은 여기 있고요~

배를 두드리며..

체질? 예 아마도 체질인 것 같아요.

언제부턴지는 저도 감감해요. 하도 오래되서..

몇 킬로 그건 비밀이에요~ 하며

웃어넘겼지만..

탈의실에서 종종 있는 이런 일들이 반갑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늘 스트레스가 되지도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밥 바바밥밥 하면서...

김치 하나 꺼내고,

숟가락 젓가락 챙겨고 밥그릇 챙겨 밥솥 뚜껑 열면서...

밥그릇이 쨍그랑~ 이 늦은 시간에

고요를 흔드는.. 타일 바닥에 떨어졌으니 그 소리가 얼마나 

요란했겠어.

늦게 퇴근해 피곤하다며 자리에 누운 남편은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미동도 없고,

오랜만에 산책 다녀오시고 피곤하신 멍뭉이도 

뛰어나올 법 한데 조용하니 소리가 없다...

다행이지...

이 큰 소리가 누구의 잠도 방해하지 않았다는 데에 안도하고

그릇이야 뭐 이미 깨진 거.. 

청소기로 빨아들이려 다가 

물티슈로 쓸어내고 닦아내고..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기에

한 그릇 퍼 담아 김치랑 뚝딱 다 먹었다.

든든하네..

역시 배 고플 때는 밥이 최고다.

먹는 거에 별로 관심 없고 애정도 별로 없는 나로서도..

허기가 질 때는 밥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오늘이 그새 금요일이네..

날짜가 왜 이렇게 잘 가는지 싶어..

금방 호호할머니 되어 있겠다 싶어.

호호 할머니 되어도 좋으니 골골 할머니는 아니었으면

싶다.

호호 할머니는 귀여운 느낌이라도 있지

골골 할머니는 좀 그렇잖아.

 

엄마가 오늘은 마을회관에 다녀오셨단다.

동네 어르신이 보름음식이라고

들깻가루 넣어 만드신 나물이며 찰밥 가져다주셨다고..

나도 안 챙기고 있는 걸

동네 분들이 챙겨주시니 감사하다.

동네 분들 덕으로 그나마 정겹게 사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