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을 따라 걷는다.
마른 풀빛이었던 산책로에 슬그머니 초록 물감 몇 방울
떨어트려 붓으로 쓱 슥 칠해 놓은 양
슬쩍슬쩍 보이는 봄이 반갑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좀 차다
그럼에도 멍뭉이 걸음걸이는 한결 가벼워졌고,
내 옷차림도 한겨울은 벗어난 듯하게 살짝 가벼워졌다.
스카프? 삼각 목도리? 암튼 네 개째가 끝나가고 있다.
이제 세 개를 더 떠야 하는데,...
두 개만 뜰까 생각하고 있다.
사실 친구들 만나는 4월이면 아무리 얇은 실로 떴다 해도
털실로 짠 거라 불필요한 물건이 될 거라는 거 알기는 하지만.. 이미
친구들 선물해 주기로 마음먹었으니
다음 10월에 만날 날까지 미루고 싶지 않았다.
사실..
미룰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패턴들을 들여다 보고
실도 이걸 구입할까 저걸 구입할까 수도 없이
비교하고 또 비교하고 그러느라 꽤 많은 시간들을 보내겠지.
그래서 서두른 것도 있다.
마음먹은 거...
그것이 그냥 내 것이었다면 좀 미루어지거나 잊혀도 그만인데
친구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섯 친구들을 생각하며 마음먹은 일이니..
후딱 끝내는 게 상책이다 싶기는 했는데...
지치기는 하네.. ㅎ
아무리 좋아하는 뜨개질이라 해도,
한 달 반 사이에 여섯 장을 짰으니...
다른 걸 뜨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만도 하다.
어쨌건 넉장을 만들었다.
대단하다 김여사..
이제 두장으로 끝낼 수도 있고....
친구들과 같은 종류의 실로 내 몫까지 하려면 세 개를 더 만들어야 하지만
그건 뭐.. 어차피 내 선택이니까..
그리고 내 몫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으니 부담이 없기는 하다.
기분 좋다 그새부터..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선물은.. 받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손수 줄 사람을 생각하면서 만드는 과정이 더 행복한 것 같기는 하다.
무튼..
두 개 마무리 되면 올봄에는 스카프 뜨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스카피 마무리 되면
얇은 실로 카디건 하나 뜨고...~ 대바늘 뜨기는 한동안 놓아야지 싶다.
봄이어서...
화분을 사고 싶어서...
마음이 들썩들썩한다..
아직은 날이 많이 차서..
쫌 빠르다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리자 싶다.
근데
내 꽃밭에 내가 심어 놓은 기억이 없는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이게 뭔 일인가 싶다.
아님.. 내가 심어놓고 까먹은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