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4. 3. 12. 22:40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소리에 창문을 열었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

약간 흐린듯한 빛이 창으로 스며들고 있었기 때문에

비가 내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

그런데 왠걸 

비가 마당에 내려 꽂히고 있더라고

어지간해서는 이중창이라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그 창을 뚫고 들어온 빗소리가 뜬금없다 싶었지.

비가 참 많은 계절이잖어.

그래도 어제 잠깐 내린 비로 얼룩이 진 차를 보며

오후에 비소식이 있기에 오려면 좀 샤워기 처럼

시원스럽게 쏟아졌으면 했는데 정말 그렇게 쏟아지고 있는 거야.

세차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오전에 운동하고 씻고 나와서 보니 친구 전화가 와 있더라고..

몇 번 아니 과하다 싶을만치 오는 전화도 못 본 척했었거든

그러면..

자기 전화 피하는 줄 알고 안 할 줄 알았는데

순진한 탓인지 눈치 없는 탓인지  미안함이 넘치도록

전화를 하네 

그래서 통화버튼을 눌렀지.

다행히? 걷고 있는 중이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끊기는 했어.

왜... 나는.. 피하는 걸까. 피하고 싶은 걸까?

이 친구 전화를..

그냥.. 내 힘들었던 지난 과거의 나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그냥.. 좀 부담스러워..

가감 없이 들어내는 그 아이의 인생사 들어주는 것이..

그렇다고 뭐 그렇게 날마다 그러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냥 그래...

내가 좀 그래..

뭐가 그런지 나도 모르겠지만 좀 그래..

 

저녁식사를 하면서 

남편이 소주 한잔 한다면서 나더러 맥주 안 마실 거냐 길래

그래 마실까 하고는 

찬장에 있던 맥주를 꺼내 얼음 든 컵에 따라 두 모금쯤

마셨을까...

엄마 전화가 왔어..

그 시간에 전화하실 분이 아닌데...

뭔 일인가.. 싶은 불안감..

안부를 묻기에

식사 중이라 했더니 있다 전화한다고.. 이따는 무슨..

하며 물으니..ㅎ..

목소리는 괜찮으신데

엄마가 기력이 없기는 하시구나 싶었다.

마음이 복잡다.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은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만 생각하면 그냥 마음 대로 했으면 싶기는 한데

또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할 것 같기도 하고..

거리가.. 좀 자신 없기도 하고.. 그렇네..

뭐가 맞을까?

내 맘 편한 게 맞을까?
엄마 맘 편한게 맞을까?

누구도 걱정시키지 않는 게 맞을까?
이래저래 생각해 보면 엄마맘은 정말 편할까?

모르겠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참.. 대책 없이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하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