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
가로등불이 유난히 밝게 느껴지는 밤이다.
창문이 열려 있어도 춥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밤이다.
고요하다. 어제처럼 소쩍새는 울지만 바람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에 남편이 텃밭을 관리기로 갈았다.
제법 넓게 느껴지는 텃밭이 무엇이든 키워줄께 라는 듯
반듯하게 다듬어졌다.
예전에는 그 많은 일 어떻게 해 먹고살았는지 모르겠다.
고추를 심기 위해 고랑을 만드는 남편 주변에서
나는 빗물이 흘러 내려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관리기가 지나 간 자리는 부드럽게 삽이 들어가는 데
그렇지 않은 자리를 파서 쳐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남편이 본인이 한다고 내비 둬라는 것을
아홉 시면 회의가 있어서 가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지 싶은 생각에
열심히 일을 했다.
안 하면 몰라도 하면 또 열심히 하는 편이라~
두럭 만들어 놓고 남편은 볼 일 보러 가고..
나는 짜투리 공간을 다듬어 생강도 심고
상추랑 쑥갓이랑 아욱씨도 뿌렸다.
며칠 있다가 오이랑 호박이랑 이것저것 좀 더 사다 심어야지..
좀 움직였다고
어찌나 힘이 들던지.. ㅎ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얼굴이 좋지 않다며 걱정하는 남편에게
이 정도 일도 못하면 죽어야지~ 했다.
정말.. 이 정도도 못하면 난.. 참이다
ㅎ..
목단이 움은 틔우는데 자라는 속도가 너무 느린 거다.
다른 것들은 움트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금세 잘 자라는데 싶어 걱정만 하다가
오늘은 조심스레 뽑아 보았다.
그랬더니
구근이 물러 썩은 부분이 있고 잔뿌리가 새로
몇 개만 돋아 나 있을 뿐이었어서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다.
썩어서 무른 부분 잘라내 버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심었다.
그리고 뿌리 활착 시키는 약을 주었다.
진작에 파 볼걸...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는데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작년 가을에 구입했을 때부터 뿌리가 안 좋았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안 좋은 부분 잘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
그냥 옮겨 심었었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리 잘 잡아서
뿌리 잘 내려 주었으면 좋겠다.
내일 비 소식이 있더라고..
촉촉이 충분히 오면 좋겠다.
지난번처럼 아쉽게 말고..
하얀도, 빨강에 노랑도 피었다. 청보라색도 피었다. 매발톱이..
황철쭉도 활짝이고 철쭉도 한창이다.
거실에 커피 한잔 들고 앉아서 앞마당 담장아래
꽃 보는 재미도 좋다..
벌써 금요일이네..
내일은 토요일.. 늦장 좀 부려야지 싶다. ㅎ..
한나절 일하고 한나절 퍼져 있었으면서
그리고 또 내일 아침은 늦장을 부리시겠단다.
대단한~ 복 터진 김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