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공기가 좋네
이 밤에 내다 보이는 창밖 풍경은 참 고요하고
묘한 매력이 있는 듯하다.
사실 별거 없다.
꽃밭에 꽃들도 어둠을 둘러쓰고 있어
흐릿한 형태만 보이고
나무들도 풍경들도 어둠 속에 묻혀있다.
가로등불만 내가 친구 해줄까? 하는 듯..
들여다보고 있는..
느티나무 가지가 좀 무거워 보이는 건
가로등불빛을 이고 있는 까닭일까 싶기도 해.
어쩌다 눈에 들어오는 날은 쪽달이고..
오늘은 그 쪽달도 보이지 않네 구름에 가린 건지
엇갈린 건지..
바람도 없고, 소쩍새도 조용하고 야옹이도 보이지
않는 봄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계절을 잊은 내 귀에 귀뚜라미 소리만이
넌 혼자 깨어 있는 게 아니야~ 하고 말해주는 듯하다.
오래간만에 컨디션이 괜찮은 날이었다.
잘 먹지 않는 찰밥도 먹고 떡도 먹고 치킨도 두 조각이나 먹었는데
소화 안되면 어쩌나 했는데 괜찮았다.
남편 말대로 기분 탓인가 싶기도 하고..
그네에 앉아 흔들흔들흔들 그네를 타며
꽃밭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이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때도..
그리고 가끔 저녁 먹고도..
별 것도 없는 꽃밭을 별거로 만드는 것은 나..
나에게는 더없이 벌 것인 꽃밭..
저 꽃밭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어제 엄마네 시시티브이 영상 들여다보는 거
찾는 걸 다 찾지 못해서 오늘 아침에도 다시 들여다보다
말았다.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내가 두 번 들여다봤는데 못 찾았어.
근데 엄마 계속 집중해서 보기 힘들어서 못 보고 지나갔을 가능성이 커
그냐.. 그러면 네비 둬라 별것 도 아닌데 뭐..
그래도 기분 나쁘고 신경 쓰이지 않아?
그러긴 한디 알아도 마음 편할 것 같지는 않아야..
분명히 엄마 보러 찾아 온 사람일텐디..
그러니까..
엄마 있는 줄 알고 마루 열어보고 그랬을 텐데...
그냥 내버려 두게 큰 것도 아닌데..
그려 그러자 그냥 내비 두자..
엄마가 잘못 알고 있나 생각도 들어야.
아니어 엄마 내가 엄마 어제 마당에서 텃밭에서 움직이시는 거
보니까 엄마 지극히 멀쩡해 엄마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거는 아닌데..
그냥 덮어 두게..
그려.. 그러자 그게 편 허겠어.
하신다.
사실 영상에서 내가 무언가를 찾았다고 해도..
그 누군가가 내가 아는 그 누구라고 해도 나는 엄마한테
이야기하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 엄마가 잃어버린 건 작은 거지만
어쩌면 그 잃어버린 거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것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사실 엄마네 시시티브이 있는 거 모르는 동네 어르신은
없을 거라고 보는데..
그럼에도 이런 사소한 일이 생기네...
궁금하기는 하지만.. 묻어 두기로 했다... 그게 맞는 것 같아.
반복되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