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비가 내렸어.
5월 날씨 같지가 않아.
창문을 열었다가 찬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들이닥쳐서 후딱 닫았어.
낮에는 날씨가 좋아서 꽃밭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는데
세시 조금 넘어서인가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더니 바람이 그렇게 불더라고
그러더니 후두두둑 비가 떨어졌어.
비 오고 바람 불어 대니까 춥지
현관 앞에서 테이블이랑 의자 조립하는데
옆에서 거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엉거주춤 서 있는데
뭔 5월 바람이 이렇게 차가운 거야.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니까..
비도 내리기 전에 저 나비는 바람에 지쳤는지 창틀에 앉아 쉬어
가더라고..
제들도 유리창을 아는 모양이야.
내가 가까이 다가서서 손가락을 가져다 창에 대어도 도망가지 않더라고
그저 거센 바람에 지쳤다는 듯
쌩하니 무시하고 쉬는 모양이..
ㅎ..
나.. 나비한테 무시당한 거야? 싶지 뭐야.
한참 후에 다시 봤더니 없더라고
잘 쉬다 가야 할 곳으로 날아갔나 봐.
그럼 된 거지 뭐.
그러고 보니 봄 꽃밭에는 나비를 못 본 것 같네
꿀벌은 종종 꽃 속을 탐닉하며 윙윙 거리는 걸 봤는데
나비는 못 본 것 같아.
낮에는 덥고 아침저녁으로는 날이 차서 그런가?
참..
작약이 마약 피고 있어.
하얀 작약이야
아침까지만 해도 탁구공 같은 모양이었는데
점심 먹고 나가보니 피기 시작했더라고..
참 하애.
깨끗한 하얀색..
순백의 하얀..
근데 안에는 색이 좀 달라.
그냥 하얀 겹꽃이나 홑꽃인 줄 알았는데 아니야
마악 기분 좋은 거 있지.
활짝 피면 또 얼마나 화사하고 이쁠까 기대도 되고..
내일은 엄마 치과 다녀 가시는 날 이래.
벌써 5개월이 지났나 봐
정기 검진이니까 나오지 말라고 하시는데
다녀와야지.
코앞인데..
지금도 바람이 제법 분다.
비와 바람이 같이 있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비는 그쳐서 다행이야.
내일은 햇살이 쨍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