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열 시가 넘었다.
오늘은 하는 일 없이 바쁜 날이었다.
다용도실에 단창을 이중 창문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는데
일은 기술자 분이 하시는데
난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분주하고 피곤하다.
누군가 바삐 움직이고 낯선 사람이 집에서 왔다 갔다
하니 멍뭉이가 신경이 좀 예민해져 있다.
원래 순둥이인데..
그리고 지 눈으로 계속 보고 있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마당에서 낯선 사람의 소리가 나니 예민한 것 같다.
예민해지니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밖으로 나가면 대문 밖으로 나가려 한다.
흐린 덕분에 날이 덥지 않은 이유도 있었을 것 같기는 하다.
어제는 다 저녁에 나와 동네 한 바퀴 돌고 말았으니 오늘은 제대로
산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
다용도실 북쪽으로 나 있는 창은
이중창 다 투명이 어떻겠느냐고 추천해 주셔서 그렇게 했다.
밖에서는 높아서 들여 다 볼 일 없어 괜찮고
숲 같은 마당 넓은 뒷집의 나무가 보여서 좋다.
엄청 시원해 보인다.
불투명 창에 단창이었어서 닫아두면 벽하고 다를 바가 없었는데
투명하니 나뭇잎이 만 저질 것처럼 보인다.
책상 앞 큰 창문은..
안쪽은 불투명 창
바깥쪽은 투명 창으로 했다.
이건 내 생각..
여기도 단창이었을 때는 추우면 열어서 눈이나 비 내리는 거
보기 쉽지 않았는데 이제 안쪽 창만 열어두면
얼마든지 바깥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다.
겨울에 추위도 덜 할 것 같다.
이제 내일 아침에 일찍 오셔서 마무리해 주신다 했으니
마무리만 끝나면 좋을 것 같다.
순심이가 외딴집 언니랑 꽃구경을 왔다.
별 것도 없는~
그렇지만 별것 같은 나만의 꽃밭이
순심이에게도 마음에 들었었던 모양이다.
외딴집 언니도 내 꽃밭을 본 건 처음이고..
이쁘다 이쁘다 하니 좋다.
어지간해서는 내 꽃밭에 있은 아이들은 이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지금까지는 다 꾀고 있다.
자꾸 이름을 불러 줘야 더 잘 자랄 것 같고
더 이쁘게 필 것 같고
더 오래 피어 있을 것 같은 생각...
내년이면 더 풍성해질 내 꽃밭에는
여름 꽃들이 제법 있다.
오늘도 나는 꽃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꽃은 이뻐서 좋다.
모든 꽃은 이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