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 가는 꽃
일찌감치 집안이 어두워졌다.
어제까지 일하고 오늘 일요일인데도 쉬지 못하고
집안에서 일하느라 피곤했는지
남편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이다.
워낙에 초저녁 잠이 많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나는..
멍뭉이랑 골방에 앉아
멀리서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노트북 앞에 있다.
아침에 꽃밭을 둘러보면서
시들어 가는 꽃을 보면서
씨앗 채종할 거 아니면
잘라야 하는데 잘라내야 하는데... 하고 며칠을 두고 본
꽃들을 잘라냈다.
아직은 더 볼 수 있는데 싶어 아깝다는 생각에 몇 번을 망설였지만
만개의 정점을 지나면 잘라 주어야 한다는 게
더 많은 꽃을 보기 위해.. 더 튼튼한 모체를 만들기 위한 거라고
알고 있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패랭이가 시들기 시작했다. 장미도 끝이 거뭇하게 말라가기 시작했고..
삭둑.. 처음이 어렵지 자르기 시작하면
가차 없이 잘라낸다.
싹둑싹둑.. 가위질 한 번에 잘려나간 꽃들이
작은 바구니에 한 가득이다.
아까워라.. 싶은 마음에
짝 잃어 밖으로 밀려난 국그릇에 돌아다니는 철망 하나 올려
말라가는 꽃을 꽂아놓기 시작했다.
제법 예쁘다.
하루 이틀정도는 더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는 텃밭에 있는 양파를 캤다.
새 흙이라... 텃밭이 좀 깊어서 흙을 받았었다.
그래서 새 흙이라 작물 심기 좋은 흙을 만들기 위해서 남편이
애를 많이 쓰기는 했지만
반신반의했었는데
양파가 엄청 크다.
남편 주먹보다도 더 큰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예전에는 탁구공만 한 것들을 골라 장아찌를 담았었는데
올해는 그렇게 하지치면 장아찌는 못 먹어야 할 정도로
양파농사가 잘 되었다.
새 흙이라 그런가?
양파 뽑아낸 자리에는 고구마를 심을 생각이다.
밖에 논밭으로 나갈 일 없으니
집안 터를 알뜰하게 쓴다.
우리 텃밭에는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고추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