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가 안쓰럽다.
지난번에 정기검진을 2년 만에 갔다가 의사 선생님께
걱정 듣고
다음에도 이렇게 병원에 안나오실 거냐는 말씀에
잘 나와야죠...했었다.
그리고 오늘 남편이 쉬는 날 병원에 갔지.
여덟 시 도착..
토요일이어서 그런가..
1층은 내 앞에 16명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맞아 난 4층으로 가면 되더라고.. 싶어
4층에 가니 3번..
시간보다 일찍 검사가 진행됐다.
기본검사하고..
안약 넣고..
눈 감고 계시면 흡수가 빨라요..라는 말을 듣고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데
대기하는 사람도 많고만 망망대해 모래톱 위에 혼자 앉아있는 느낌..
검사 들어가기 전에 남편이 와 주었다.
어차피 운전이 안되니...
이 사람 저 사람 이름이 불려 들어가고..
나는.. 동공이 확장되기를 기다린다..
아..... 이걸 3개월에 한 번씩 해야 한다니..
그렇게나 자주 해야 하나...
의기소침해하다가
두 번 정도 약을 더 점안하고 있다가
불리어 들어갔다.
어떠세요? 어땠어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하고...
이러쿵저러쿵 간단히 말씀하시고...
6개월 후에 오세요.. 하시길래 정말요~ 했더니
미소를 지으시는 의사 선생님이다..
아........ 3개월은 너무 잦아. 눈에도 안 좋을 것 같고..
진작에 열심히 검진 다녔다면..
1년에 한 번이었을 수 도 있지 않았을까
혼자만의 기대감에 들뜨는 마음과 아쉬움..
아예 끝나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뿌연함속에 사라져 버린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무례함을 피하려
도망치듯 후다닥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콕 박혀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난밤에 설친 잠 보충하고..
점심도 건너뛰고... 뭔가 먹고 싶은데 먹고 싶은 게 없다는 사실...
명순언니랑 진영 씨랑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 마시고..이야기하고..
그제사 돌아온 눈의 초점은...ㅎ..
커피 덕분인가...
진영씨네서 버베나랑 밀레니엄벨이랑 란타나 얻어오고
명순언니네서 상추 한 줌 얻어오고...
꽃 나누고 나눔 받고.. 너무 좋은 오후시간이었다.
아침 점심을 건너뛴 40킬로짜리 몸은 바사삭 소리가 날듯 비실 거렸지만
어머니가 닭 사다 닭볶음탕 해 먹자 하셔서
끓여 맛나게 먹었더니 기운이 좀 나네..
요즘 난 나만 보고 산다.
꽃도 사고
옷도 사고..
앞으로도 난 나만 보고 살아 보려 한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가끔 나는 내가 안쓰럽다.
내 남편에게 가끔 미안함이 스미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