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실타래
낮에는 제법 덥더니 밤 깊어가니 선선하니 좋네
졸려서 그냥 잘까... 하다가 그래도 하루 마무리는 해야지 싶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일기쓰러 나오면 어김없이 따라 나오는 멍뭉이..
멍뭉이도 이 방이 시원한 걸 아는 모양이다.
사실 이 방은 더운 방이다.
서향 창이 있는.. 에어컨이 있다 해도 일기 쓰는 얼마간의 시간을
시원하게 하려고 에어컨 일 시키는 일은 없겠지만..
날 더워지면 이방도 같이 더워지고
날 추워지면 같이 추워지는 방이 이 방이다.
참 자연 친화적인 방이다 ㅎ..
커텐을 뜨고 있다.
작년 10월 어느 날부터 뜨기 시작은 했다.
어느 만큼 떴는데 무늬가 영 안 이뻐 풀어내기를 몇 번쯤 한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게이지를 잘 못 내어서
너무 넓을 것 같아 풀었다.
그렇게 지난해가 다 갔다.
다시 괜찮은 패턴을 찾아 뜨다가 목도리 스카프를 아홉 개를 뜨느라
손을 놓았었다.
그리곤 다시 잡은 커튼이 아무래도 넓다.
떠 놓은 것에 비해 앞으로 그 넓이로 뜨느니 풀어 뜨는 것이
훨씬 실도 덜 들고 효율로 따져다 풀어야 하는 게 정답이었다.
그래서 풀까.. 하다가
풀어가면서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풀어야 할 것을 풀어 새로 뜨기 시작하고..
떠 나간 양과 풀려나간 양이 비슷해졌을 때는 좀 헷갈려
풀어야 할 부분을 뜨기도 했지만
폭 차이가 워낙에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러다가 풀어져야 할 부분이 좁아질수록 풀어가면서 뜨는 일이
불편해졌다.
풀어야 할 부분이 자꾸 딸려 올라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풀어 감아서 뜨기로 했다.
손으로 풀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걸 또 손으로 감아내기에는
양도 많고 이게 손이 제법 피곤한 일이다 싶어
저렴이 물레를 이용해서 풀어가면 실을 감았다.
뭔지 모르게 어설프게 감아지는 뭉치..
거기다 시작 점으로 가까워질수록 수정한 부분들이 상처인
이음새가 많아서 더 엉성하게 감아졌다.
별생각 없이
세 타래로 나누어 감았다.
그리곤 별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타레를 뜨는데 안에서 실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뜨기 시작했는데
엉성하게 감긴 데다가 이음새가 있으니 자꾸 안쪽 실을 뭉치로 끌고 나왔다.
어떻게 어떻게 풀어가면서 한 타래의 실은 처리했다.
그리고 두 번째 타래..
문제가 커졌다.
이번엔 마음먹고 바깥쪽 실을 잡고 시작했는데 엉성하게 감아진 실이
뭉치로 풀리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어 안쪽 실을 다시 연결했는데..ㅎ.. 가관이다.
실이 하수구에 머리카락처럼 엉킨 것이다.
이걸 잘라 내버려야 맞을까.. 풀어야 맞을까..
살짝 망설임은 있었지만 풀기 시작했다.
서서하다가 앉아서 하다가 다시 서서 하다가...
얼르고 달래면서 풀어가니 풀리기는 하더라고..
야구공만 한 실 두 뭉치를 풀어내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사실...
우와.. 이게 무슨 일이야..
그리고 다시..
또 한 타래 남은 실을 손으로 감기 시작했다.
뜨다가 엉키기 시작하느니 차라리 다시 감아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도 두 번째라고 한 시간하고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오늘은 엉킨 실타래 풀어내느라 하루가 갔다.
그래도 다행이다.
잘라낸 부분 없이 깔끔하게 감아 놨으니 이제 뜨면서 엉킬 일은 없겠지.
커튼 뜨기는 정말 함부로 도전하는 게 아닌 것 같다.
한 번 하고 나면 두 번째는 좀 쉬워질지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