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장맛비가 내린 날

그냥. . 2024. 7. 7. 22:54
겹휘버휴 스노우볼

아침에 꽃밭을 서성이는데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잎이 늘어지려는 국화 화분에 물주는 걸 마져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후두두두둑 쏟아진다.
그냥 흐리고 말 줄 알았는데
새벽부터 내린다는 비는 소식이 없이 바람만 불어대길래
오늘도 비 예보는 말뿐이었구나 했는데 비가 내리니 반가웠다
현관 앞에 서서 쏟아지는
무섭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서 우와 시원하다 좋다 하며
소나기..
그래 나는 비란 비는 모두 다 좋아라 하지만
소나기를 제일 좋아라 하는구나 문득 깨달았다
바닥에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빗줄기가 금세 만들어 낸
웅덩이에 수없이 많은 동그라미를 만들어 낸다.
남편이 창고 문 수리하고 있는데
수리 끝나면 어떻게 현관까지 오지?
내가 우산 가지고 내려가야 하나?
내려가면 홀딱 젖을 텐데..
안 가면 우리 집 남자가 홀딱 젖겠지..
무섭게 쏟아지는 비의 소리에 묻히는 세상의 모든 소리...
화분 마당에 비 마중 안 시킨 것이 다행이다 싶다.
텃밭 고추 고랑에는 금세 작은 물줄기가 생기고 
멍뭉이는 빗소리 때문인지
쪼개지며 침범하는 빗방울 때문인지 현관 안으로 들어간다기에
문 열어주니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갔다.
남편이 창고 문 다 고치고는 정리하고 있는데 빗줄기가 약해졌다.
ㅎ... 소나기가 잘 맞춘 건지
우리 집 남자 눈치가 백 단인 건지..
우산도 없이 내려 가 다 했어? 하고 물으니
한 번 열어 봐~ 한다.
뻑뻑하니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던 문이 제법 가볍게 열린다.
어. 이 정도면 좋네. 좋아요~ 했더니..
네가 열기 편하면 된 거지.. 한다.
정리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커피 한잔 마시며 티브이를 보는데
또다시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
빗소리에 티브이 소리 안 들린다고 창문 닫자길래
티브이 소리 키우면 되지~ 해서
빗소리보다 더 커진 티브이 소리에 쫓겨 테라스로 밀려나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며 비 내리는 걸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장맛비가 오늘은 그래도 제법 내렸다.
내일 새벽에도 비 소식이 있어서 화분들 비마중하라고
마당에 줄 세워 놨는데
또 노쑈는 아니겠지'
어린 시절 지역에 대통령이 내려온다고
각 학교 학생들마다 도로변에 서서 손뼉 치며 마중했던 기억..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선생님을 그러셨다.
나라에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오랜만에 집에 오시는데 방안에만 있으면 되겠느냐며
방문 열고나와 인사하는 거랑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면 된다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는 사람 마중은 잘 안 해도
비마중은 좋아라 해서
이렇게 비가 가끔 내린다 예보가 있으면 나도 비마중을 하지만
화초들에게 비마중 하라 한다.
비도 마중 나가 있으면 더 반갑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