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내렸다.

오후부터 소나기가 오다가다 하고 있다.
무섭게 쏟아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치고
또 무섭게 쏟아지곤 한다.
그 덕에 오랜만에 무지개를 보았다.
희미하게 피어오른 그럼에도 무지개는
예쁘다.
며칠 전부터 방안에 티브이 한쪽이 새카맣게 보였다.
언제부터 저렇게 됐지?
싶으면서도 보는데는 별 문제 되지 않아서 신경도 안 썼는데
오늘 갑자기 줄무늬가 생기더니 화면은 암흑이고
소리만 난다.
지가 무슨 라디오인 줄 아는 모양이다.
오래되기는 했다.
우리 방에 있던 티브이가 엄마네 집으로 가게 된 것은..
남편 지인분이 커다란 새 티브이를 장만하면서
보시던 것을 우리에게 넘겨주셨고
집에 있던 것보다 훨씬 컸던 그 티브이를 물려받은 우리 집..
원래 보던 티브이가 골방에 있었는데
엄마네 티브이가 고장 났다 해서 가져다 드렸었다.
그 엄마네로 간 것이 지난번에 번개를 드시고
고장이 나셨고,
지인한테 물려받은 우리 집 거는 괜찮았는데
오늘로 완전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엄마네 간 것도 적어도 십몇 년은 된 것 같고..
우리 집에 있던 것도.. 잘은 모르지만 제법 나이가 있을 것 같다.
있다가 없으니 이상하고 심심하네..
작년에 거실에 있던 것을 다용도 실에 두었는데
그걸 방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오늘은 남편이 피곤해해서 다음에 하자 했다.
혼자 하면 좋은데 오래된 티브이라 무겁다. 내 능력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방에 있는 벽걸이도 떼어 내려면...
남편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 내방은 고요 속이다.
평소에 티브이를 그다지 즐겨 보는 사람도 아닌데
없으니 허전하고 심심하네..
마당에서 거실 유리창을 닦는데
쉽지 않다.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윈도우워셔를 분무해서
닦아내고.. 닦아내고 분무기로 맑은 물 뿌려 닦아내고..
물기 밀어내고...
창틀 방충만 닦고..
높이가 사다리만 안 타도 될 정도면 좋겠는데
사다리는 좀 불안하다.
어쨌건..
맑아진 창으로 올려다 보이는 오늘 하늘은
흐림이었을지라도
그 창은 맑음이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