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더웠다.
노란 코스모스가 한들한들이다.
어찌나 여리여리한지 이슬비 한 방울이면
핑 하고 쓰러질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이 여름에도 꽃도 잘 피고 소낙비에도 제법 당당하다.
그래서 나는 이 꽃이 좋다.
노란... 레몬빛이 도는 노란 코스모스.. 문빔
오랜만에 캔맥을 마셨더니 알딸딸하네
더운 날 씻고 나와서 마시는 맥주 한잔의 짜릿한 시원함을
다 알지는 못해도 흉내는 내고 싶은 나..
좀 과했나? 그래봤자 캔 하나인데 말이다.
아침을 먹고
고추밭에 소독을 하고 남은 것을 꽃밭에 했다.
진딧물도 그렇고, 요즘은 작약이며 프록스 잎사귀에 하얀
곰팡이 같은 게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능한 꽃은 피해서 잎사귀에 한다고 했는데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어야지..
소독하고....
소독통 내려놓고....
어깨에 짊어지는 소독통을 올해 처음 짊어져 봤다
고추밭에 소독하는 일은.. 밭이라고 할 수도 없지 텃밭에 70여 포기
심었는데
남편 퇴근하고 와서 해 달라고 하기에는
종일 일하고 온 사람에게 그게 미안했다.
그래서 몇 번 시도를 했었는데 소독기 사용법을 잘 몰라서
실패를 했었는데
남편한테 말했더니 아... 이거... 이거 어렇게 눌러야 해~ 하며
지나가는 말로 가르쳐 주더라고..
그래서 처음에 소독통을 짊어지고 소독한 날..
우리 집 남자.
네가? 어떻게..
짊어지고~
일어나지던?
한 통을 다 채운 건 아니니까..
할만했어? 놔 두지 내가 해도 되는데... 하더라고..
두 번째.. 소독했다고 말 한 날..
괜찮았어? 무겁지 않던? 하길래
이번에는 물이 많았는지 다리가 후둘 거리기는 했는데
괜찮았어. 했다.
세 번째 소독했어 오늘 했더니...
잘하네.. 조심해서 해~ 한다.
고추는 참 소독을 다른 작물에 비해서 많이 해야 하는 것 같다.
옆길로 이야기가 세기는 했는데..
꽃밭에 소독을 하고~
나 일하는 동안 저도 나오겠다고 울부짖던 멍뭉이랑
그네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나비 두 마리가 날아다니며 꽃을 탐한다..
탐하는데 걱정이..
금방 약 했는데... 싶은..
훠이 훠이 손을 저어 내쫓아 보아도 금세 다가와 꽃에
입을 맞추는 나비 그래 호랑나비..
괜찮을까?
이래서 벌이랑 나비랑 사라지는구나 싶은 생각..
벌이 되기 위해서는..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꿈틀이 과정은 필수인데
그거 싫다고 이렇게 약을 해 대니..
그리고... 약 묻은 꽃에 앉은 나비랑 벌이 무사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꽃을 피한다고는 했지만
얼마나 피해졌을까?
공생하며 살기에는 가까위지기 너무 어려운 병충해들이고
그들을 다스리자니 벌나비가 걱정이다.
세상 다 좋은 건 없다는 진리가..
여기서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