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멍뭉이는

휴대폰을 들이대니 딴짓하는 멍뭉이다.
사는 동안 찍힌 사진이 수 백장은 넘어 수 천장이 될지도
모를 만큼 많이도 찍혔을 텐데
우리 멍뭉이는 여전히 카메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 찍는다는 걸 모르겠지.
그냥 본능적으로 싫은 건가 봐..
카메라 랜즈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더니 입이 달달하니
느낌이 반갑지 않아 물 한잔 마시는데
깜짝 놀랐다.
창문에 스친 하얀 컵 때문에..
창에 비친 컵이라는 거 알고 금방 괜찮아졌지만
내 얼굴도 비치네..
여기 이 자리에서 이 비슷한 시간에 앉아 있기
시작한 지가 1년이 훨씬 넘었구먼..
유리창에 내가 비친다는 사실은 이제야 알았다는 건
무심한 건지 창밖에만 관심이 있는 건지
내가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남편이 들고 온 비스킷 뜯어 냠냠 하고 있는데
입안에 텁텁함과 이에 달라붙는 느낌이 너무 싫다.
이래서 내가 간식이나 군것질 거리를 안 좋아하는 모양이다.
비스킷 한 조각 먹고 물 두 모금 마시고
그러다 보니 배가 빵빵해졌네..
아침 일찍 고추를 땄다.
세 번째 따는데 지금까지 중에 양이 제일 많다.
70 포기하고 청양고추랑 풋고추 먹으려고 몇 포기 더 심었으니
많아야 80 포기가 안 되는데
얼마나 말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딸 수 있을까?
삼십 근만 말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해는 김장을 집에서 내가 해 볼 생각인데
엄마가 그러자 할실지 모를 일이다.
이제 엄마도 연세도 있고..
같이 하시던 분들도 몸이 안 좋으시니 그만 내려놓았으면 좋겠는데
엊그제 배추 심을 자리에 거름을 내셨다해서
그러지 말라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이 더위에 무슨 거름이냐고..
김장 내가 하겠다 했더니
아니라 하시는데 이번에는 내가 고집을 좀 부려 볼 생각이다.
안경이 불편한 날이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이렇게 안경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날이
가끔 있다.
얼굴이 부은 건지 뭔지..
무튼..
낮에 소나기가 잠깐 지나갔다.
하늘이 어두워지길래 소나기나 시원스럽게 쏟아졌으면
했는데
마당 먼지도 다 잠재우지 못하고 그쳤다.
내릴 거면 시원스럽게 내려주지..
그래서 스프링클러 돌려 고추밭에 물을 주었다.
작은텃밭이라 물을 세 개 틀면 담장 밖으로 나가는 물이 많고
약하게 틀면 잘 돌아가지 않는다.
그 적정선을 찾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도 잠깐 비 내렸다고 바람이 제법 살랑살랑하더니
바람도 더위에 지쳤나 봐
오늘도 창밖 풍경은 그림이네
바람이 좀 있으면 더 시원하게 느껴질 텐데 말이다.
비는 아쉽고 더위는 지나치다 싶고...
오늘 하루만큼의 여름이 또 짧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