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4. 8. 24. 23:05
사랑이와 국수

우리 집 국수는 겁쟁이에 소심쟁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소심해지도 겁도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아무나 좋다고 들이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아이들은 우선
피하고 본다.
그 중심에는 앞집 예민한 둥이와
대형견 마루가 있다.
어린시절 날마다 마주치는 둥이에게도 마루에게도
겁 없이 들이댔다가 놀라기를 몇 번
그 뒤로는 소심쟁이가 되었다.
둥이 하고는 그래도 많이 친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아라 하지는 않는다.
뒷끝 작렬이다. ㅎ
그 집 누나를 더 좋아하지..
예민하게 짓거나 으르렁 거리 거나 
너무 장난이 심한 아이들은 피하고 보는 우리 멍뭉이가 좋아하는
사랑이..
사랑이는 몇 년 전에 이 동네에 유기된 아이다.
컨테이너 아래 숨어 지내던 아이를 
동네 어르신이 데려다 키웠는데 나이가 제법 들어 보였다.
그래도 어찌나 순하고 똑똑한지...
참 복이 많은 아이다.
마당에 키우시는데
산책도 시키시고 날 더우면 집안으로 들이기도 하시고..
미용도 직접 해주신다 하신다.
입아 짧아 걱정이라고도 하시고...
사랑이는 나이가 많다. 아니 많아 보인다.
털을 보고 눈동자를 보면 나이가 느껴진다.
어딘지 아파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이름처럼 예쁜 사랑받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사랑이를 좋아하는 우리 멍뭉이..
그리고 자두..
자두도 사회성 제로라고 우리들이 말한다.
자두를 좋아하더라고..
자두네가 산책을 하면
보통 우리 멍뭉이는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고 
친한 척을 하는데 자두네에는 예외다.
자두를 따라다닌다.
자두도 얌전하고 소심하고 겁쟁이어서 
다른 사람이나 견종들을 잘 붙여주지 않는데
우리 멍뭉이는 싫어하지 않는다.
장난을 치려고 뛰었다가 자두가 앙~ 하니 바로
멈추더라고..
그리고 다시 졸졸 따라다닌다.
자두도 참 예쁜 아이다.
딸기...
옆에 딸기 밭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정말 성격 좋고 착하고 예쁜 아이다.
멋 모르고 뛰어다니며 장난을 걸어 대더니
우리 멍뭉이가 싫어하는 거 알고..
지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슬금슬금
장난을 걸어댄다.
딸기 덕분에 국수가 더 뛴다.
착한 아이라는 걸 멍뭉이들도 아는 모양이다.
산책길에 가끔 만나는 멍뭉이 하나도 
우리 멍뭉이가 부담감 갖지 않고 다가가는 아이 있다.
보면 둘이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
멍뭉이들도 끼리끼리 어울리나 보다.
멍뭉이에게도 산책길에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몇몇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처럼 더운 날에도 산책을 나가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나.. 나는 요즘 나를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을 때가 가끔 있다.
내가 변한 건지
그동안 없이 살았던 내가 모기 물린 자리가 부풀어 오르듯
조금씩 부풀어 올라오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또 인생의 변곡점에 서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변한다. 세월과 함께..
모두 다 변한다. 다 알아 채지는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