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4. 9. 4. 23:08
기다림은 멍뭉이에게도 무겁다.

 
아주 오랜친구가 있다.
늘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기 바라는 친구
저 심심할 때 전화하는 친구
저 바쁘면 언제든 이따 전화할게 하는 친구
나 졸려서 전화 했어. 하는 친구
몇 번 울리다가 마는 수신음의 그 친구..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던 친구
그래서 가끔은 버거웠고
또 가끔은 귀찮았고, 
또 얼만큼은 서운했고,
또 얼마큼은 아니 제법 많이 못 들은 척했고
또 얼마큼은 어이가 없었고
또 얼만큼은 마음이 상하기도 했던 친구..
늘 변함없이 전화를 하고
늘 변함없이 같은 것으로 힘들어하고
늘 변함없이 들어주기보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는 친구..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 40년 가까이를 변함없이 늘 내 생각해 주고 
전화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지 이야기만 했던 건 내 이야기를 내가 안 해 버릇했던 것
때문일 거라는 생각..
먼저 전화 할 줄도 모르고
먼저 힘들다고 이야기 할 줄도 모르고
힘들면 혼자 속으로 숨어 들어 버리려 했던 나라는 사실..
나는 선생님도 아니고 상담사도 아니고
그냥 너랑 똑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아무것도 아닌 죽을만큼 힘든데
어쩌지 못해 살아가는 흔하디 흔한 말라깽이 아줌마라는 것을..
진지하게 글로 써 보냈던 적 있다.
그래서 한동안 관계가 좀 어색해졌었는데
다시 전화가 왔고 한동안 조심하는가... 싶더니
언제부턴가 나는 또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고..
나도 어느만큼은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
여전히 나는 그 아이 앞에서는 상담사가 된다.
친구보다 아이를 몇 년 일찍 키웠다는 이유로
결혼생활을 몇 년 일찍 시작했다는 이유로
인생 선배라도 되는 냥
그 아이는 내게 묻고 나는 이러쿵저러쿵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대단하다 모모여사..
유난히 그 친구에게만 그런다. ㅎ..
습관이다.
그러면서 나 또한 내 인생을 돌아본다...
잘하는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지만
평범하고 괜찮은 모모여사로 잘 살아보려 애쓰면서..
참 부담스러운 친구였는데
지금은 참 좋은 친구다.
평생 내 곁에 있어 준 있어 줄 것 같은 친구..
 
남편이 저녁에 시내에서 약속이 있었다.
술 한잔하고는 전화가 왔다.
택시를 잡아야는데 택시가 안 잡힌다고..
왜? 했더니
폰으로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남편은 기본적인 폰기능만 사용하는 사람이라
남편 위치가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모바일 콜택시를
불러주기 뭐해서 내가 갈게 했더니
아니란다.
아니야 그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어! 해도 아니라고
조금 더 기다려 보겠단다.
그리고 한 십 분쯤 있다가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내가 간다 했더니 아니란다.
깜깜하단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당신도 알잖어.
아까 갔으면 지금쯤 거이 도착했겠네... 하는데
택시 온다고 끊자 한다.
왜 저렇게 조심스러워하는 걸까?
그 정도 운전은 아무것도 아닌데..
밤에 운전할 일이 많지 않기는 하지만 무리가 되거나 하지는 않는데
남편이 너무 많이 변한 걸까?
내가 그만큼 부실해진 걸까?
가족들이 너무 조심조심 대하니까 
내가 자꾸 무슨 유리잔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그냥 좀 부딪혀도 찌그러지고 마는 스테인리스 대접
그거 아닌가 나는...
지난번에 구입한 이중유리잔 같은 건 설마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