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지도 않은~

꽃을 많이 보려고 여름 초입에 가지치기를 했다.
그건 정말 나의 무지에서 행한 실수였을까?
안 그래도 견디내기 쉽지 않은 여름에 가지치기라니..
그렇게 예쁘게 꽃을 물어 올리던 가지들은
여름 햇살아래 성장을 멈춘 듯 자람은 더디였고
꽃도 잎사귀도 나 힘들어..힘들어..
그러고 있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가만히 생각을 해 보아도 알 수는 없다.
여름은 어차피 힘든 계절이고.. 꽃밭에 있는 천일홍은 여전히
예쁜데 엄마가 화분에 심어 주신 천일홍은
물을 그렇게 열심히 주었는데도 목이 말랐을까
햇살에 데었을까?
꽃도 색이 바랬고 잎은 누렇게 변했길래 오늘 잘라 버렸다.
화분 흙이나 재활용하려고 두었다.
우습지도 안지면 현실 이야기다.. ㅎ..
아침에 일을 하지 않는 청소기 이모님에 관하여 안부를 묻는
서비스 기사님과 통화를 하고..
거에 필요한 것들을 캡처해 놓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하고 있는데 호연이 톡이 왔다. 이웃에 커피 마시러 가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커피 마시고..
내가 아직 말이 많은 것은.. 그렇게 아주아주 편한 사이는 아니라는 걸
의미하는 것일 게다. 아마도..
이야기를 하고 놀다가.. 남편이 점심 먹으러 올 시간이 되어
챙겨주고~
중앙상가에 가자 해서 갔다.
중앙상가를 언제 가 보았는지 까마득하다.
아이들 어렸을 적에 뜨개실 사러 다녔었고..
지하에 푸드코트가 있어서 밥 몇 번 먹었던 것 같다.
운전 잘하는 호연하고 사람 좋은 은미 씨..
상가를 몇 바퀴 돌면서 옷도 보고 가방도 보고 액세서리도 보고..
엄마 생각하는 딸의 마음이 예쁜..
나는 엄마 옷 사드린 지가 언제인지 생각도 안 난다.
엄마 스타일을 잘 몰라서도 있고 사실은 내가 옷을 잘 모르기도 한다.
입구 첫 집에 들어가면서 언니 이거! 했던 거 그래 좀 크지만
크게 입는 사이즈니까.. 싶어 마지막 나오는 길에 나는 그거 하나 샀다.
제법 비싸더라고..
대부분 인터넷 쇼핑만 하다가
사실 일반 매장에는 내가 입을 만한 것이 많지 않기도 하고..
스타일보다는 사이즈가 맞으면 우선 사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윗옷에 맞춰 바지를 추천해 주시는데..
더 작은 사이즈 없어요? 하니 이게 제일 작은 사이즌데.. 하며
옷을 걸어 놓는다.
사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나를 주관적으로 들여다 볼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타인들은 한눈에 보이는데 정작 나는 한 눈에 보려면 무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며칠 전에 거울속 낯선 여자의 얼굴에 무지막지하게 그려진 수없이 많은 줄무늬들을 보고
경악을 했다는 거 아니야..
열심히 보습하고 열심히 팩 한다고 했는데도
얼굴에 그어진 수도 없이 많은 예쁘지도 않은 선들을 보며
밥 먹어야지.. 많이 먹어야 해..
빵빵해지면 좀 낫겠지
화장품도 좋은 거 좋은 거 써야지... 더 좋은 거.. 했었는데 말이다.
그리곤 달리진 건 없다
거울속을 가끔 유심히 들여다 보는 일이 달라졌을 뿐
ㅎ..
결혼하고 처음으로..
이웃과 목적 없는 쇼핑을 나갔던 것 같다.
결혼하고 초반에는 나하고 놀아 줄 사람이 이 동네에는 없었고,
그다음에는 경제권이 나에게 1도 없어서 옷 살 일이 제로에 가까웠고...
마르고 마르고 마르고 난 다음에는..
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방콕 쟁이가 되어 있었어.
외출은 자유롭지 않았고, 몸은 망가져 자괴감에 빠져 있기도 했지.
친구들 모이면 가끔 쇼핑을 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이웃하고 쇼핑을 나가고..
커피 전문점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니..
세상이 변하기도 많이 변한 모양이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일상이 나에게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런 일상이 너무 좋기도 하면서 설어서..
쓰잘데 없는 생각이 찾아들곤 한다.
내게 쏟아지는 마지막 햇살인가... 하는..ㅎ..
웃기지도 않지만 그렇게 나는
남편의 말대로 젊어서 누리지 못하고 살았던 당연한것들을
누리고 있다....
비가 지나갔나 봐..
나 없는 동안에...
그래도 오늘 외출은 참 기분 좋고 편안했다.
그들은 일상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일기장에 쓸 만큼 기억하게 될 것 같은
그런 날...
개가 짖는다.
귀뚜리도 운다.
나는.. 충분히 내 일상을 즐기며
내 맘대로 내 마음껏 내 색깔로 채워 갈 자격이 있다.
그렇다. 그렇다고 말해 줘..
햇살이네 뭐네 웃기지도 않는 말들로 설쳐 대지 말고 말이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