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4. 9. 13. 08:56
팬타스

유난히 분주하게 서둘렀던 건
필름지 하자보수 하러 온다고 
여덟 시쯤 온다고 했다고 해서였다.
지금이 여덟 시 하고 이십칠 분...
덕분에 부지런을 떨기는 했지만 너무 늦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햇살이 쨍이다.
아직 내 시대가 끝났다고 착각하고 있다면
어서 그 착각을 털어 버리라는 듯
쨍한 햇살에서는 더움의 기운이 뿜뿜이다.
선풍기 돌아가고 얼음 동동 아이스커피
 
멍뭉이 똥꼬에 떵이 묻어 있는 줄 모르고~ 
근 반나절을 보낸 것 같은 어제
내 코도 어지간히 천하태평이다.
반응을 안 해.
그만큼 내 옆에서 비비적거렸으면 분명히 아구 고린내
했어야 맞는데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건 무던함인지
무감각함인지
내 코에 감탄을~ ㅎ..
멍뭉이의 무던함에 찬사를~
소파 매트 세탁기 돌려놓고 이불 다 걷어 빨고~ 요것은
건조기 돌려야지...
오늘은 빨래하기는 더없이 좋은 햇살 이기는 하다.
안 그래도 명절맞이용 세탁을 하려고 했는데
멍뭉이 덕에 좀 빨라졌다.
 
동서가 다녀갔다.
어제..
가끔 봐서 좋은 사이..
뭐 오래 봐도 좋은 사이일 것 같기도 하다.
사위를 얻더니 뭔가 모를 어른스러움이 느껴진달까?
그렇다.
내게 없는 어른스러움...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일상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
경험이 인생의 지혜를 만들고
경험의 토대로 사람 더 강해지고 여유 있어지고
때로는 겁쟁이가 되기도 할 테니까....
어제 들은 오디오 북에서 그랬다...
삶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고 경험으로 배우는 것이라고..
그런 것 같다.
경험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는 게 맞다.
본인의 인생에 비추어 타인의 인생을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면
안된다.
나는 나일뿐..
타인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모든 것이 다르지 않은가?
동서는 1년에 몇 번...
나는 1년에 365일
동서는 무거우면 피하면 되고
나는.. 피할 수없이 맞아야 하는 폭우...
동서뿐 아니라
나도 그랬겠지.
내 경험을 토대로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고...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이럴 수도 있는 거라고
조언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사실..
어머니와의 나와의 관계에서...
동서가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만큼은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물론 틀리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좀 심각해졌다.
내가 좀 바뀌어야 하는 거 나도 아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만
할 뿐..
사실 마음 자체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속내는... 책갈피에 쌓인 한숨처럼 여전히 펼치면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온다.
나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변명하고 싶어 졌지만... 뭐 쫌 그랬다.
어쨌건.. 내가 나쁘다는 걸 나는 안다.
그렇지만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렇게 당당하게 그렇게 대책 없이 구석으로 몰아 붙이시더니
요즘 달라진 모습이.. 나를 더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무슨 계기가 있어 내가 보이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평생 어려운 며느리였다는 듯하시는 모습이
나는 더 혼란스럽다...
아니 가끔은 얄밉기도 하다.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맞겠지.
이제 아시는 것 같다.
내가 손 놓으면..
병원으로 가셔야 한다는 사실을..
무튼 아침부터 무거운 이야기..
좀.... 심각해졌었다. 동서가 돌아가고 나서..
심각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포치에 앉아 비 내리는 마당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심각해지지 않기..
무거워지지 않기
걱정을 붙들어 두고 있지 않기....
가벼워지기..
몽무게만큼 세상도 가볍게 살아가기..
다짐을 했다.
그래 가벼워질 필요가 있어.
나는...
바늘꽃 같은 내 속에 무슨 심각이 그리 무거워
걱정이 주렁주렁 대추나무 대추 열리듯
그러고 살아가는지 
 
비 내린 꽃밭을 둘러보다가
바로 엊그제까지 날아다녔던 호랑나비 날개가
비에 젖은 채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봤다.
마치... 꽃잎 같다..
비가 원인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가끔 저렇게 고요히 들어 누워있는 나비의 날개가 보인다.
한 계절 자유롭게 살았으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도
가볍게~ 그렇다는 듯..
하루나 이틀쯤 지나 찾아보려 하면 보이지 않겠지...
아니면 내 기억에서 지워지던지...
두 그루의 층꽃이 
같은 날 심어서 비슷하게 자랐는데 한 그루는 꽃이 제법 피었는데
한 그루는 꽃망울도 아직이다.
옆자리 비슷한 환경 비슷한 크기 뭐가 문제인지 몰라도
조금 더 기다리라는 이야기겠지.
그나저나.. 여덟 시에 온다는 분은 
언제나 오시려고 잠잠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