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많이 달라..

지난번에 아버지 산소에 갔을 때..
화병 대신 조화 꽂이가 있어 꽃을 꽃을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었다.
그래서 어찌 어찌 작은 돌멩이들 주워다가 꽃이 쓰러지지 않게 해 두고
왔는데
이번 비와 바람으로 꽃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을 것 같아서..
물론 그렇지 않다 해도 다녀오려 하기는 했었다.
남편이랑 다녀왔다.
아버지께 제대로 인사도 안하고...
그냥.. 그렇게 꽃만 제대로 세워놓고 왔네 이런...
그러고 보면 이런 일 또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사진 찍어 단톡방에 올리고 엄마도 보여주고..
엄마네 잠깐 들러 방에도 안 들어가고 돌아왔다.
남편이 점심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엄마도 피곤해 보이셨기도 하고..
남편이 움직여 주니 엄마도 언니도 동생도 나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도 추모공원에는 사람이 많더라고..
꽃들이 한껏 화사해졌어.
아무래도 명절전후에 다녀가신 분들이 많았던 모양이야.
저곳은 한 겨울에도 꽃이 지지 않는 곳이고 보면..
어찌 보면 저곳이 천국인지도 모르겠다.
밤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어.
무릎과 팔에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어느 만큼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네
비 이틀 내렸는데..
그 비가 참 능력이 좋은 것 같아.
이렇게 가을이를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거였으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아꼈는지 말이야.
내내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갔었어. 더워서 말이야.
근데 오늘은 저녁밥을 밥솥에 앉혀놓고 다섯 시쯤 나갔잖아.
갈 때는 해가 숨으면 좋고 나오면 좀 덥고 그랬었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너무 좋더라고..
덥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어.
우리 멍뭉이는 오랜만에 기인 산책을 하시고는 피곤했는지
코 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잘 걷고 잘 뛰고 가끔은 안아달라고 하고..
멍뭉이 덕분에 나도 참 좋아.
걸으며 바뀌는 계절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야.
가을밤은 저 풀벌레 소리가 더 정겨운 듯 싶어.
한참은 더 스산해졌어.
요즘 드라마 도깨비를 다시 보고 있는데
볼수록 재미있어.
얼마 전까지만도 내 인생 드라마는 또 오해영이라 했는데
도깨비로 바뀐 듯~
다시 봐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몇 편 있는데
참 좋아..
미스터선샤인도 좋고.. 디어마이프렌즈도 좋고..
또... 눈이 부시게도 좋아했고.. 또 뭐가 있더라.. 나의 아저씨..
그래 그 드라마도 좋았던 것 같아.
뜨개에 집중하려고 다시 보기를 시작했는데
드라마에 빠져서 손이 멈추는 현상~
그래도 좋네..
이제 마지막 편 남았어.
그거 보고..
뜨개질에 집중해 보려고 며칠이라도..
그럼 이 가을 안에 끝이 보일 지도 싶단 말이지.
아참..
엄마네 잠깐 아주 잠깐 들렀는데
그 잠깐사이 고구마순 김치를 싸 주셨어.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엄마가 담아주신 고구마순 김치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달라..
너무 맛있어.
그래서 아끼려고..
큰아이도 좀 주고 작은아이 올 때까지 아껴 둘 수 있을지 모르겠어.
작은아이도 고구마순김치 좋아하는데 말이야.
11월에나 오는데 가능할까?
내가 고구마순을 한 번 더 뜯어 담아볼까.... 해..
아직 늦지 않은 듯해. 엄마가 주신 것 먹어보니..
자꾸 담다 보면 올 해보다는 내년에는 엄마 솜씨를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지 싶어서 말이야.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이 참 좋다.
어느새 열 한시가 넘었어.
시간 참 잘 간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