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폭탄 ~
이렇게 종일 이렇게 많이 내리는 눈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만치 눈이 내렸다.
지금도 내리고 있을 것 같은 눈...
하늘하늘 벚꽃잎처럼 날리기도 하고
쌀가루 같은 눈이 바람을 타고 옆으로 날리기도 하고
눈을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종일 쌓이고 또 쌓였다.
바쁘지 않았더라면 동네 한바퀴 돌며
사진 찍기 놀이를 즐겼을 것을..
섣달 그믐날 오늘은 김모모 여사에게는 더없이 바쁜 날이다.
일을 하면서
자꾸자꾸 시선을 잡아 끄는 눈 눈 눈....
오래전
TV문학관이 생각이 나더라고..
제목도 내용도 기억이 없는데
선풍기 돌려놓고 쌀가루 날리는 것 같은 풍경이
자아내는 오랜 기억..
삼포로 가는 길이었던 가?
정확한 건 하나도 없다.
그 티브이 문학관에서 봤던 눈 풍경 가득한
드라마 한 편이 오늘 창밖 풍경과 연결 고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파라솔 눈을 세 번이나 털어냈다.
마당에 길을 내어 놓으면 사라지고
내어 놓으면 사라지고..
그럼에도 다행인 건
어제 내린 눈은 내리면서 녹았다는 것..
어제 내린 눈과 오늘 내린 눈이 같이 쌓였더라면
참 대략난감 아니겠는가 싶다.
내일 오전까지 눈 소식이 이어져 있어서...
새벽 7시면 지내는 차례를
열 시쯤 지내자 동생들하고 이야기를 했다 한다.
7시에 지내려면
적어도 6시까지는 집에 와야 하는데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 살아도 이건 뭐
눈이 어지간해야지 싶다.
종일 종종 거리고 다녀서 많이 피곤했는데
열 시쯤 차례 지내고 아침 겸 점심 먹자하니..
갑자기 몸이 가푼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
차례는 지내야 하고...
나는 적어도 다섯 시 좀 넘으면 눈뜨고 움직여야 하는데
내일은 느지막이 일어나도 되니 마음이 이렇게 가볍다.
약간의 두통이 따라다닌다.
명절 증후군?
ㅎ..
무슨 명절 증후군... 그냥 만성 두통..
눈이 이렇게나 많이 내리는 날..
바빠서 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좀 있지만..
어쩌면 큰 아이는 비상근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눈... 볼만큼 봤으니
이제 그만 내렸으면 싶기도 하다.
명절에 비상근무는 좀 아니잖아.
점심 먹으면서..
큰 아이가 결혼 이야기를 한다.
슬슬 준비해 볼까 한다고..
내년 초쯤 생각하고 있다고~
우리 집 남자가 신이 났다.
아직 늦은 나이는 아니지만 여자 친구가 있으니
늦출 이유가 없기는 하다.
이런저런 사소한 것들 때문에 망설이는 거 아닌가
걱정이 좀 되었었는데 먼저 말 꺼내 주니 고맙다.
잘하면..
내년 봄엔 큰 아이 가을엔 작은 아이에게 큰 경사가 있을 것 같다..
좋아..
제 짝 찾아 서로 사랑하며 보듬으며 살아가면
얼마나 복이겠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새 해에는 저 눈처럼 풍성하게 건강하고
풍성하게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
나를 알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더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가슴 뭉클하도록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