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2025. 2. 15. 23:00
요즘 엄마는 마을 회관에서 저녁을 드시고
아홉 시까지 화투 놀이를 하시고
집에 가신다 했다.
어느 날은 열다섯 개를 땄다고 좋아하셨고
어느 날은 도 스무 개를 잃었다고 아쉬워하셨다.
열다섯 개는 백 오십 원이고
스무 개는 이백 원을 말한다.
할머니들이 농한기에 십 원짜리 화투놀이를 하며
따듯한 마을 회관에서 지내시는 것은
마을 회관의 또 다른 겨울 풍경이다.
요 며칠 통화를 못했다.
오늘은 시시티브이를 보는데 엄마 방에 등이 켜져 있길래
전화를 드렸더니
회관에서 저녁 드시고 일찌감치 집에 오셨다 한다.
왜 어디 아파? 하고 물으니
어제 화투놀이 하다가 전쟁이 났다고..
그래서 오늘도 일찌감치 끝났다고~
왜 아줌마들끼리 싸우셨어?
물으니..
계산이 안 맞다고 40개가 틀린다고 부녀회장이랑
모모댁이랑 티격태격하다가 큰 소리가 나서
부녀회장이 가 버렸다고..
오늘은 오후에 모여서 모모댁에 전화해서 나오라 해서 나왔는데
부녀회장은 안 나오다가 다 저녁때 나와서
저녁만 먹고 갔다고..
얼마 전에도 전쟁 났었는데 또 났다고 웃으신다.
그래도 화투라도 치고 그러면 좋을 텐데 시간도 잘 가고
심심하지 않고~ 했더니
며칠 지나면 풀리겠지 하며 웃으신다.
엄마는 몇 개 부족해도 싸우거나 그러지 마~ 했더니
안 그런단다. 엄마 계산은 딱딱 맞는다고. ㅎ..
울 엄마 아직 총명하시다.
그나저나 아줌마들의 전쟁이 후딱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멤버가 많지 않아서 누구 하나 빠지면 안 된다니 말이다.
사소한 일상의 일렁임은 그냥 살아가는 재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