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저냥
지난가을에 말려놓은 천일홍이다.
겨울 끝자락까지 오니 뭔가 좀 있는데 없는 듯해서
버리자니 아깝고
말릴 때는 천일홍이니 천일이 어떻고 저떻고 하고서는
한 계절을 지나니 물린다 하고 있는 나도 지금의
솔직한 감정이고 해서 담아두는 그릇을 바꿔보자 해서
바꾸었더니 새로운 기분이 든다.
없었던 듯 있던 꽃이
있었는데도 새로 들여놓은 듯한 기분이다.
어떤 사람이 입느냐에 따라서 옷의 분위기가 달라지 듯
꽃병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익숙한 꽃으로도 새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아직..
거실엔 미니 트리 불빛이 반짝 거린다.
건전지가 끝날 때까지만~ 하고 있는데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반짝반짝반짝... 예쁜 트리..
어제 새 식구가 생겼다.
구피 여섯 마리가 입주했다.
그것도 수컷으로만~
내가 참 수컷을 좋아하나 봐. ㅎ..
아들도 둘이나 있고,
멍뭉이도 그렇고 구피까지..
사실은 새끼를 먹이로 인식하는 구피에게 놀라
키우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키워보겠냐는 말을 들었지만
사양했었는데
문득 수컷만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따듯하다는 날 모셔왔다.
제법 잘 적응하고 있다.
눈을 즐겁게 해 줄 작은 어항이 있어서 좋다.
트리 깜빡이 멍
멍뭉이 멍
거기다 구피 멍까지...
멍~하다가 멍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엊그제는 미용실에 다녀왔다.
명절 전에 갔어야는데
독감 때문에 또 소화 불량 때문에 그리고 두통 때문에
미루다가 산발이 되는 머리카락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미용실에 가서 염색도 하고 자르고 왔다.
5년 넘게 다니는 미용실이니 알아서 잘해주시려니.. 하고
집에 와서
거울 속의 모습을 들여다보니.. 이건.. 뭐...
좀 길러볼걸..
세팅이라도 말아서 좀 풍성하게 길러볼걸.. 싶은 아쉬움
정돈되기는 했는데
정돈되니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 민낯의 초췌함이라니...
잘려나간 머리카락 다시 내놓으라 해서 붙일 수도 없고..
머리카락이라도 풍성하게 만들어
화사하게는 아니어도 마른 나뭇잎 같아 보이는 일은
만들지 말았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후회..ㅎ.. 미련..
버스는 이미 떠났다.
내 머리카락은 이미 잘려 나갔다...
다듬고 좀 길러볼까? 그러다 보면 더워지겠지...
아니야.. 머리카락 자라길 바라는 것 보다야
살을 찌우는 게 더 빠르겠어.
어제저녁에는 병원 조제약 먹었더니
소화에도 도움이 되었는지 배가 고파 간식도 먹었는데
오늘은 또 아무 소식이 없네..
한 달 전쯤 구입한 와플기계에 쑥 인절미 절반을 넣어
구웠는데 바삭하다.
낱개 포장되어 파는 인절미 하나를 반으로 나누어
와플 두 개를 만들어 먹었는데 다 못 먹었다.
이런.. ㅎ..
어떻게 해서 먹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구나 싶은..
마치 뻥과자처럼 그렇게..
남편이 별로 안 좋아하네..
이 기계도 잘못 구입한 듯싶다.
내가 얼마나 먹겠어.
아니 나 혼자 먹자고 이 기계를 얼마나 부려 먹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