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늘은 이렇게도 맑고 예뻤는데
오늘은 비소식이 있기에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이다.
집안 가득 비를 노래하는 가수들의 목소리가 흘러넘치고
바람에 낙엽은 하나 둘 떨어진다.
조금 있으면..
며칠 더 있으면 저 풍성한 느티나무 잎사귀가 바람 한 가닥에 우수수수 하고
날리기 시작하겠지.
그럼 또 나는 하염없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는 낙엽을 바라보고 있겠지...
낙엽이 지는 건
꽃잎이 지며 흩날리는 거하고는 또다른 느낌의 무엇이 있어서
자꾸 더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봄 꽃이 날리면 마음이 뭔가 부웅 뜨는 느낌이라면
낙엽이 흩어지면 뭔가.....스산함이 가슴을 스치는 그런 거랄까..
암튼
오후에 치과에서 엄마를 봐야 하기 때문에
정성을 들여 머리에 힘을 좀 주고 앉았다.
나이 들어가는 엄마는 늘 봐도 엄마인데
엄마가 보는 딸은 아직 젊고 한창이건만
가을꽃을 보는 듯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 같은 표정이라
어느 만큼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팔순 엄마의 딸을 바라보는 눈빛이
오십 줄 딸이 엄마를 바라보는 눈빛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엄마는...
엄마는 그냥 그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따듯하다.
그냥 가끔을 울컥도하다.
우리 집 남자가 하는 말이 있다...
너는.. 엄마로서는 애들한테는 뭐 하나라도 못해줘서
안달이더라... 하더라는
나는 모르겠는데
남편이 보기에는 그렇단다.
그런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과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고 하더라는..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만큼은 엄마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울 엄마는...
엄마 없는 어린 시절을
그러다가 언니 같은 새엄마가 생기기는 하셨지만
어린 나이에 얼마나 혼란스럽고 쉽지 않은 날들이었을지
안 봐도 보는 것 같다.
그 외할머니가 지금은 엄마랑 통화를 하시면
전화를 끊으려 하지 않으셔서...
가끔 통화 중이 오래 걸리면 외할머니랑 통화 중이시구나..
한다.
엄마도 팔순인데 구순 외할머니의 외로움을 들어주시느라
엄마의 외로움이 더 깊어지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도 한 번씩 하게 된다.
하늘빛이 맑아졌다.
비 내린다더니
하긴 약속시간도 확인 안 하고 미리 나와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서
안 온다고 늦는다고 투정 부리면
누구 잘못인가..
그건 약속시간 확인하지 않고 먼저 나와 기다리는 마음 잘못이겠지...
방금 폰 들여다보니 오후에나 오신다고... ㅎ...
요즘은 시간도 제법 잘 지키는 비..
비가 내리고 나면 더 깊어지겠지. 가을이..
깊어질수록
왠지 가을은 계절이 깊어질수록
마음도 뭔가 깊어지는 기분이라 자꾸 신경이 쓰인다.
가을이..
가을이라는 단어가..
가을 하늘과 가을바람이..
가을꽃들이..
가을 풍경들이 참 좋다.
나 같아...........
뭔지 잘 모르겠지만
가을은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
거기다 비가 내리고, 비 묻은 낙엽이 우수수수 떨어지면
뭔가 깊어지는 내가 거기 있는 것 같은 착각..
착각은 내 마음이니까..
어제 그 나비인가..
노랑나비 한 마리가
천인국 꽃들 사이를 팔랑 거리며 날아다닌다.
비 내리기 전에 산책이라도 나온 모양이다.
가을 풍경이 들여다 보이는 여기 나만의 창가 풍경이
나는 좋다.
사실 별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어쩌면 나만의 공간이 생겨서 더 좋은 건지도 모를 일이다.
비.... 내리면..
여기 앉아 뜨개질하면서 비나 실컷 들여다봐야겠다.
더 추워지면.. 이 창문이 닫히는 일이 많아질 테니까 말이다.
문득 드는 아쉬움..
여기 내 창이 이중창이였으면..
그래서 바깥창이 투명창이었으면
바깥 풍경을 한참은 더 들여다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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