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278

올해 마지막 일기

쉽게 살고 싶었다. 아니 내게도 좀 만만하고 쉬운 한 해가 있어도 되잖아 싶었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뭐 아주 특별하게 한여름 날씨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삶을 대하는 모지리인 내가 하도 허약하고 나약해 빠지고 이미 세상에 많이 데이고 체여서 뻥과자처럼 부실하다는 거 그래서 살짝만 잘못 건드려도 부서진다고... 그러니 세상아 인생아 인연들아 조심해 줘 난 위험인물이야! 그러고 엄살이라도 부리며 보호막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으로 만들어 낸 폴더 이름이 쉬운 나이.. 그래서 올 한 해 쉬웠냐고? 어땠을 것 같은데.. 살아보니 쉬운 나이란 없어! 원래 생각대로... 쉰쉰쉰몇... 하다가 쉬운이 되었던 기억이 났어. 이미 나는 쉬운 삶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거야. 다만 감당할 수 있는 날들을 기..

지금

지금 뜨고 있는 편물물의 합하해서 쓰고 있는 실이 간당간당한다 어떻게든 소매 단 들어가기 전까지 맞춰야지 하고 있었다 이미 실은 알아 봤지만 품절 누군가 q&a에 올린 재입고 되느냐는 질문에 재입고 없다는 답변이 달러 있었다 합사 빼고 원사로 두겹으로 뜰까 집에 있는 무난한 것을 합사할까 하다가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비슷한 색을 찾지 못하다가 그래도 같은 색상 계열에 모헤어를 발견하고 어느만큼만 겉돌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받아 본 실은 기대이하 실망하고 다시 인터넷 서핑 대여섯 근데 사이트를 둘러보고 포기하려다 어제도 들어갔다가 품절이라는 글자만 확인하고 나왔던 곳에 그냥 들어가 봤다 오잉 이게 뭔 일 잘못 봤나 재차 확인하고 문의게시판 확인해보니 두가지색상이 재입고 됐다는 수정글 이렇게 기분 ..

물 위로..

물 위로 얼음이 얼고 얼음 위로 눈이 쌓이고 쌓은 눈 위로 겨울 새들이 걷는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 강이 얼었다. 얼어붙은 강 위로 하얀 눈이 쌓여 있고 그 위로 물새가 걷는다. 걷는 물새를 물끄러미 바라 보며.. 나도 한 번 걸어 보면 어떨까? 몇 발자국도 못 가서 빠지지직 얼음은 물속으로 깨지고, 나는 눈과 함께 철퍼덕 겨울 강물에 젖어들겠지.. 추운 날들의 연속이어서 그런지 내린 눈의 양이 많아서 그런지 아직 여기저기 눈들이 많다. 엄마네 동네에는 덤프트럭에 포클레인으로 눈을 퍼 담아 실어가고 있단다. 난생처음 보는 일이라고... 눈이 많이 내리기는 했던 모양이다. 오늘.. 대학병원 치과에 다녀가셨다 한다. 눈도 많이 오고 금방 하고 갈 것 같아서 이야기 안 하고 왔다고.. 왔어도.. 시..

내 방과 욕실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하루에도 몇 번씩은 들락 거리면서도 기억이라는 게 이렇게 까마득할 수 있구나 싶다. 씻으면서... 아... 폼 클렌징 가져왔어야 하는데.. 그러고는 거의 나오지 않는 폼클린징 튜뷰를 누르고 짓이겨 짜내 쓴다. 그리고는 까마득히 잊어 버린다. 또다시 씻을 때... 아... 또.. 아직 남아 있으니까.. 하고는 또 아까 보다 더 큰 힘을 들여 폼클렌징을 짜 내어 얼굴을 씻는다. 그러기를 벌써 며칠인가. 폼 클린징을 사다가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그것을 제 자리에 옮겨 놓지 못하고 있는 늘들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거리는 아무것도 아닌데 기억의 거리는 이렇게 까마득할 수 있구나... 그나저나.. 첨으로 후드니트를 뜨고 있는데 실이 모자랄 것 같다... 근데 그 ..

춥다.

멍뭉이는 눈이 좋아 뛰는 걸까? 발이 시려 뛰는 걸까? 발이 시린 것 같기도 하고 눈이 싫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발이 시리기만 하면 나가기 싫어할 텐데 이렇게 폴딱 폴딱 뛰어다니는 걸 보면 눈이 좋아 뛰기도 하는 것 같다. 엄마네는 눈이 엄청 내렸단다. 눈 좀 녹았어? 하고 물으니 그렇게 빨리 녹아 없어질 눈이 아니여.. 하신다. 장화를 신어도 장화 안으로 눈이 들어와서 걸을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장화 신고 우비를 입고 마을회관에 가셨다 한다. 엄마 평생 그렇게 많은 눈은 처음인 것 같다고 하시니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눈 내린 지가 벌써 이틀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여기저기 눈이 얼어붙어 있다. 오랜만에 멍뭉이 데리고 산책을 천변으로 나갔는데 안 녹은 눈에 녹은 눈, ..

눈이 많이도 내렸다.

눈이 많이도 내렸다. 내리다 쉬다 내리다 쉬다 해서 이 정도이지 계속 내렸으면 아마도 무릎까지는 빠졌을 것 같다. 잠깐 내다 본 밤 가로등 불빛 아래도 눈꽃이 날리고 있다. 함박눈이 소담스럽고 꽃처럼 내린다. 얼마 만에 노트북 앞에 앉았는지 모르겠다. 지난주 금요일부턴가 독감에 붙들려서는 어제보다 오늘이 좀 나아졌다. 독감이라는 넘이 참 무서운 아이라는 걸 알았다. 아직도 귀가 먹먹하고, 등은 거북이 등껍질을 매달고 있는 듯 무겁고 아프다. 그래도 기침도 콧물도, 특히 열이 떨어져서 그나마 살만하다. 독감 예방주사 맞아라 맞아라 엄마가 당부 하실때 흘려 들었었는데.. 엄청 후회 했다는 .. 우리 집 남자 감기도 잡혀가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내게서 독감 옮은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기침감기인 것 ..

비가 내린다

비가 많이도 내린다 지난번의 잔설이 비에 대책없이 흐물거리며 녹아 내린다 지금 이 비가 눈이었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색 다른 느낌이겠지 겨울비는 너무 스산하다.쓸쓸하다 어제 밤에 기침을 제법하던데 출근하지 말라고 했더니 가야한다고 남편이 출근했다 생강차 가져간다기에 끓여 보온병에 넣어 주었더니 놓고 갔네 깜박했는지 혼자 먹기는 뭐하고 나눠먹기는 사람이 좀 많은건지 모르겠다 출근하는 남편 어깨 뒤에 대고 이불속에 앉아서 괜찮겠어? 했더니 괜찮아 하면서 병원 꼭 다녀오라 한다 ..... . . . . 남편이 불쑥 들어왔다 점심 먹으러 왔단다 혼자 있음 안 먹을 거 같다고 굳이 집에까지 왔네 물론 그렇기는 하다 입맛이 별나라 구경 가버린 지금은 황금 죽을 가져다 줘도 고개를 저을 판이니 어찌되었건 남편이랑..

독감

남편이 퇴근하면서 지갑을 들고 다시 나선다 병원 다녀온다고 왜 어디 아프냐 물었더니 감기 걸렸다고 아들 감기소식에 따숩게 입어야는데 추운데서 일해서 그런다는 둥 목 아플텐데 하면서 온집안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남편 나가니 방으로 쏙 들어가신다 난 오일째 앓고 있는데 이젠 아예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데 밥 해서 챙겨 놓고 내아들이 점심때 사다 준 절반의 죽 중에 낮에 먹다 남은 죽에 끓는 물을 부어 먹는데 아들 초기 감기에 걱정으로 셋이 앉은 6인용 식탁이 적다 남은 죽에 물 부었더니 맛은 더 없고 아들 걱정을 반찬으로 밥만 잘 드시는 어머니와 그 아들을 보니 없던 입맛이 달아났다 숟가락 놓으니 왜 먹어야 약먹지 한다 이따 먹을께 하곤 뜨끈한 물만 몇모금 더 넘겼다 설거지하고 뒷정리 하는데 서러운 마음 불쑥..

온통 하야네

느지막이 핀 국화 위에 하얀 눈이 곱게도 쌓여 있다. 눈이 제법 내려 쌓였다. 여기저기 온통 하얀 세상에 아들은 밤이 새도록 바빴겠지만 겨울은 눈의 계절이고 보면 조심조심 감당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기는 하다. 오혀려 폭설이면 세상이 조그 더 잠잠할까 싶기도 하다. 종일 침대를 이고 지고 있느라 온 몸이 뻐근하고 안 아픈 데가 없다. 하다 못해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욱신 거리니 이것이 뭔 일인가 싶기도 하고 이번 감기는 몸살과 열에 기운이 쎈 모양이구나 그러고 있다. 새벽엔 자다 깨서 해열제 추가로 먹고도 한참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엄마라는 거.. 마눌이라는 거.. 우리 집 남자는 오늘 바빠서 출근을 했지만... 아픈 것도 어느 만큼은 마음이 편치 않다.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머니 아픈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