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278

눈 펑펑

눈 펑펑이다 벗꽃잎마냥 날리는 눈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멍뭉이가 추워해서 걷다말고들어왔다 창문열어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걷고 싶다 걸어 들어가고 싶은 데 열은 나고 몸살은 나를 가만두질 않는다 눈이 내린다 침대에 앉아 열린 창으로 비스듬히 들여다 보이는 세상에 내리는 눈을 아쉽고도 애틋한 눈으로 눈을 본다 눈이 내린다

또다시

또다시 감기에 골골거리고 있다. 뭔 일인지 모르겠다. 감기 때문에 며칠 힘들었던 게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골골골 기침에 목소리가 변조 됐다. 내 목소리는 변조의 고수다. 피곤해도 컨디션 난조여도 감기여도 목소리부터 간다. 어디 돌아다닌데도 없는데 설마 아니겠지 싶다.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우와 답답한 거... 머리도 지끈 거린다. 이 지끈 거림이 감기 때문인지 마스크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집에 있는 감기약 하나 주워 먹었는데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한동안 감기랑은 정말이지 남남처럼 살았다. 아.. 클났다. 감기 오나 봐.. 싶을 때도 목이 컬컬하고, 마르는 듯하다가도 으슬으슬 춥다가도 자고 나면 말짱해져서.. 이 눔의 감기가 내겐 빈틈이 없음을 아는구나 했는데 이렇게 또 뚫리다..

그러게..

비 내리느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서 남편에게 묻는다. 비 와? 아까 모임 다녀올 때는 비 왔는데 지금은 모르겠는데.. 빗소리 안 들려? 안 들리는데! 아까 당신 들어올 때는 비 소리가 들리더구먼 비 그쳤는가 벼.. 아녀 아까도 가랑비 내렸어. 소리 날 정도로 오지는 않았는데... 비 오는 소리 들은 것 같은데... 아닐껄... 그렇구나.. 그 때가 밤 아홉시 되기 전.. 밤은 깊어가고 남편은 꿈길을 걷는데 또 빗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창문을 슬그머니 밀어 보았다. 멀리 동쪽 하늘에 별 하나가 반짝 보인다. 비 안 오네... 그러게.. 비 안 온다니까.... 휴우.... 오지도 않는 비의 소리가 왜 자꾸 들리는 건지.. 이 겨울에 이렇게 날도 추운데 뭔 비여. 와도 눈이겠지.. 눈은 펑펑 쏟아질수록 고요한 ..

고드름 고드름

쨍한 하늘 아래 고드름이 열심히 자라고 있다. 해님은 열심히 열심히 눈을 녹이는데 녹은 눈은 물이 되어 떨어지지 못하고 저렇게 쨍한 모양으로 키를 키워가고 있다. 치과.. 열 시 반 예약.. 이 치과는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분들도 친절하신데 주차장이 불편.. 건물 높이에 비해 주차장은 너무 비좁고. 뱅글뱅글 돌아 지하로 내려가면.. 차들이 빽빽해서.. 남편도 묘기하듯 차 문을 열고 내려야 한다는.. 그래서 나는 아예 차를 가지고 가는 거를 포기했다. 처음에는 읍사무소에 차를 두고 버스 타고 움직였고, 아들이 어마! 거 대형마트 있잖어. 거기 두고 가면 되지! 해서 갔는데 대형마트 개장시간이 아니어서 근처 골목에 주차하고 걸어가고.. 요즘은 대형마트에 주차하고 병원에 간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마트에 주차..

잠깐 눈이 내렸다.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큰아이 생일이었다. 생일날은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자유를 주고 한가하시다는 오늘 저녁 집에서 소고기를 구워 맛나게 먹었다. 생일이라고 양손을 무겁게 들어오시더니 택배도 몇 개나 오고.. 폰에도 선물이 몇개가 적립되어 있단다. 큰아이는 친구들 생일도 잘 챙기며 지내는 모양이다. 나는 저 나이 때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말이다. 하긴.. 저 나이에 나는 시집살이 눈물 콧물 다 빼고 있었기는 했지. 흐흐흐.. 이렇게 이쁜 케익도 들고 들어왔다. 케익 별로 안 좋아하는 집안인데 이 케이크는 맛나서 한자리에 모여서 거이 다 먹었다. 아들 생일 케익이라 그런지 더 맛났다. 울 엄마는 외손주 생일이라고 기억도 잘하시고 아들에게 전화를 주셨다고~ 하긴 엄마 손으로 산후조리 다 해주시고, 황달 있는..

비온다

산책 나갔을 때는 하늘이 이렇게 이뻤는데 이 깊은 밤에 빗방울이 소리 없이 내리 꽂히고 있다. 눈이 아니고 비다. 수요일부터는 많이 추워진다는데 오늘은 비가 눈이 되기에는 날이 그렇게 춥지 않은 모양이다. 혹시 눈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슬그머니 창문을 열어 봤는데 가로등 불빛 아래 차창이 빗물에 번뜩인다. 아직 더 깊은 매콤함이 필요한가 봐 빗물이 한송이 눈꽃으로 피어나기 위해서는.. 오늘은 산책 가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었었다. 왜 이렇게 피곤하고 늘어지는지.. 내 옆에서 자는 듯 누워 있는 멍뭉이도 오늘은 산책 나가기 싫은가 봐 꿈쩍도 안 하고 있잖아.. 나가지 말까? 하다가 국수야 산책 갈까? 했더니 벌떡 일어나 꼬리를 바람개비처럼 돌려댄다. 나가고는 싶었는데 울 엄마가 오늘은 피곤..

모임

남편 중학교 친구 부부동반 모임.. 정말 이 모임처럼 편한 모임이 없다. 따로 연락을 하거나 만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여자들끼리는.. 남자들은 수시로 만나고 통화하고 모임이라는 명목으로 또 보고.. 그중 한 친구분은 지난달에 시부모가 되었고.. 한 분은 모시고 계시던 홀 어머니가 영면에 드셨다. 시아버지 되신 기분이 어떠세요 남편 친구에게 물었더니.. 뭐...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게 딱 맞는 거 같어요~ 한다. 집에서 십분 거리도 안되는 곳에 아파트 분양받아 들어 가 사는 아들 며느리.. 새 아파트 분양받았다는 것이 며느리 얻었다는 것보다 더 부러운~ 우리 아들도 그럼 좋으련만...생각만 했었는데.. 너무 가깝지 않아요? 하고 물으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으다고... 가..

흐린날의 상념

종을 흐린 날 따끈한 커피만큼 지난주에 보고 온 바다가 그렇게도 궁금했다. 오늘 바다는 어떨까? 날선 바람이 조금은 흐린 빛깔로 불고 있겠지 이미 젖어 있는 바다는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고.... 아주아주 오래전에 어느 시인이 쓴 글귀가 가끔 생각이 난다. 당연한 건데 왜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비가 살짝 살짝 뿌려대는 겨울의 궂은날은 날씨보다 마음이 먼저 궂으려 하는 건 갱년기 탓이겠거니 또다시 괜한 핑계를 둘러댄다. 지난 주에 작은 아이랑 통화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었다. 아들은 무덤덤하게 별일 아니듯 이야기했겠지만 나는 속이 많이 상하고 마음이 아파서 불쑥불쑥 걱정이 자라났다. 걱정은 말 그대로 뭘 먹여주지 않아도 저 혼자도 잘 자라는 잡초와 같다. 내버려 두면 마음을..

요즘은

요즘은 이미지 가뭄이다 꽃도 없고, 물든 나무도 없고, 노란 들판도 없고, 귀여운 멍뭉이는 미용한 지 일주일이 채 안되어서 사진 찍으면 내 어설픈 미용 실력이 탄로난다. 그렇다고 쓸쓸한 들판을 찍고 싶지는 않다. 내 마음도 쓸쓸해질 테니까.. 그러다 보니 뭐 찍을 것도 없고, 그렇다고 예전에 찍어 놓은 사진들을 탐색하고 찾아다니기도 번거롭고.. 언제부터 일기에 이미지가 필요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요즘은 함께 올릴 이미지가 없다. 캔맥 하나 마시고 있다. 며칠 전.. 밤에 캔맥하나 마시다가 남편한테 걸렸다. 물론 들키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우리 집 남자~ 술꾼~~ 밤마다 술 마시는 거 아니여하고 놀리는 데 기도 안 찼다. 내가 술꾼이면 당신은 술 도사다~ 한마디 던저줄 껄.. 아니다 아니라고...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일기가 뭐야? 텔레비전은 저 혼자 놀고 있고, 멍하니 앉았다가 일찍 씻고 잠이나 자야지 하고 앉았다. 엄마한테 전화도 안 하고 작은아들도 마음에 걸리고.. 반갑지도 않은 편두통은 찾아오셔서 자리 잡고 누으셨고... 채한듯 해서 대충 건너뛴 저녁 밤의 아쉬움이 이 밤에 찾아드는 건.. 습관인가 봐..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텔레비전 끄고, 폰 내려놓고 일찌감치 잠인 자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