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278

춥네

아주아주 오래전 아이가 일본 여행 중에 보내준 사진이다. 엄마가 눈 좋아하는 거 알았을까? 아님 이렇게 광활한 눈의 언덕을 바라보는 게 신기하고 멋있어서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을까? 나는 이 사진을 보면서 눈의 나라 여행을 꿈꾼 적이 있다. 나 사는 이곳도 눈이 제법 내리는 도시이기는 하지만 저렇게 온통 하얀 눈 세상을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저런 곳에서 눈을 질리도록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12월이다 눈이 한 두방울 내렸단다 나는 못 봤지만... 아니 눈이 날리는 걸 본 사람보다는 못 본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기는 하다. 춥다. 방안에 앉아 있어도 춥다. 오랜만에 많은 시간을 밖에 있어서 그런가 오슬오슬 춥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차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것저것 많기는 한데 딱..

겨울바다

바다를 보고 왔다. 가슴 깊숙이 짠내 가득한 바닷바람이 밀고 들어오는 이 느낌 이 느낌이 너무 좋다. 쏴아아 파도가 바람을 부르는지 바람이 파도를 일으키는지.. 추운 겨울 바다에는 인적은 드물고 갈매기도 없다. 다만.. 서해바다가 이렇게 깨끗했나... 서해바다는 바닷물이 좀... 했던 내 선입견을 와르르 깨트려 준 오늘의 저 바다.. 멀리 저 멀리서부터 서서 다가오다가 무릎 굽히다가 몸 눕히며 스며드는 파도라니.. 머릿속까지 깨끗하게 깨우는 것 같은 소리라니... 바다는 그렇게 나를 반겨 주었다. 겨울 그리고 바다.. 오슬 거리게 춥기는 했지만 겨울의 바다는 그래야 또 그 매력에 빠져 드는 거 아니겠는가.. 가만히 갯바위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붕어빵도 먹으며 불어대는 바람을 좀 피하고 파도를 바다를 수평..

미용하시고..

미용하셨다고 삐지셨다. 왜 자기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마악 그렇게 자르냐는 듯.. 삐지셨다. 아르릉도 몇 번 하고, 앙!도 몇 번 했다. 물지도 못하면서 싫다는 표현은 하고 싶으신 거다. 털이 길면 금방 지저분해진다. 집안에서만 살면 뭐 그렇게 문제 될 게 없겠지만 날마다 산책하는 강아지이고 보면 같이 살자치면 날마다 목욕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피부에 안 좋으시단다 너무 잦은 목욕은.. 그것도 그것이고 털이 많아 말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멍뭉이의 의사가 필요 없이 그냥 인간과 하께 살아야 하는 이유로다가 털이 이렇게 밀린다. 좀 남겨놓고 자르느라고 좀 많이 힘들었다. 옷도 입혀 놨더니 그렇게 춥지는 않은 모양이다. 여름에도 미용해 놓으면 이불속으로 파고드는데 지금은 이불 위에서 편안히 주무시..

손에 모터를..

남편이 피곤해해서 너무 일찍 방에 소등을 했더니 할 일이 없다. 한 시간 일찍 어둠워졌는데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거실 나갈까? 나가서 뜨개질 할까? 하다가 말았다. 거실은 아무래도 좀 더 춥다. 그리고 거실이나 아들방에서 뜨개질은 한다면 남편이 좋아 할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뜨개질 많이 한다고 잔소리 하는데 대동단결 뜨개질 조금만이다. 그렇지만 싫지 않다. 사실 뜨개질 하는게 피곤하고 힘이 들면 하라고 해도 못한다. 할만하니까 하는 건데도 엄마나 남편이나 그만 좀 하라 한다. 심심해.. 사실 손이 심심하다. 뜨개질하면서 말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텔레비전을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다만.. 청소가 종종 뒤로 밀리기는 한다. 요즘은 손에 모터를 달았다. 집에 있는 대부분..

날이 추워도

날이 추워도 산책은 간다. 당당하게 쌩한 바람이 영 싫지만은 않다. 이 사진은 며칠 전 찍은 사진이고, 오늘은 더 추워져서 옷을 입혔다. 오랜만에 입히는 옷이라 불편해하거나 안 입으려 하면 어쩌지 했는데 그러지 않고 잘 입네. 어제 그냥 나가서 추웠었는지 아님 그동안 입어 버릇 한 세월이 있어서 익숙한 건지도 모르겠다. 꽃밭에 가 봤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니 하늘향해 서 있던 것들이 마치 고양이 대여섯 마리가 밤새 뒹굴고 장난쳐 놓은 모양 쓰러지고 물러지고 주저 앉았다. 심지어 꺾인 가지까지. 추위가 무섭긴 무섭구나 싶더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록인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도 얼마 견디지 못하겠지. 그래... 이 겨울 잘 이겨내고 내년에 더 이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 겨울을 이겨낸..

어이없어

새로 시작한 뜨개질 재미에 하루가 짧다. 남편이랑 점심때쯤 엄마네 다녀왔다. 언니도 보고 동생도 보고 제일 아쉬워했던 엄마도 보고.. 내일은 엄마 치과 가는 날인데 동생이 가겠단다. 나더러 하루 쉬라고~ 나 집에서 가까워 나가도 돼~ 했더니 울 엄마 뭘 나오냐고, 동생이랑 가는 거 잊어먹고 나오지 말라고~ 그래서 그러마 했다. 사실 이 도시까지 오는데 집구석에만 있는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엄마가 원하니까.. 가만 보면 동생이랑은 나는 엄마 뜻에 맞춰 주는 편이고 언니는.. 잔소리해서 바꾸려고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엄마한테 지고 말지만 ~ 집에 와서.. 뜨개질 뜨개질 뜨개질... 저녁 먹고 또 뜨개질... 요크 부분 늘림을 끝내 놓고... 코 수를 세어보니.. 어? 안 맞는다. 안 ..

비온다.

ㅇ 낮부터 내린 비의 기세가 어둠과 함께 등등해졌다. 창문을 뚫고 방안까지 들어오는 빗소리가 월드컵 축구경기 보느라 잠시 안 들렸는데 쉬어가는 시간이고 보니 주룩주룩 주르륵 솔가 들린다. 잘했으면 좋겠는데.. 아니 잘하는 걸로는 좀 부족하고 이겼으면 좋겠는데 이기지 못하면 비기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어려울 것 같다는 큰아이의 첨언.. 환호가 터져나오는 경기이면 더 좋겠지만 우리의 바람보다 저기서 경기하는 선수들의 바람은 더 더 더하겠지. 그러니 잠자코 응원... 후반전 시작 되었다. 비가 내린다. 언니가 운전하고 내려오는데 비가 와서 긴장을 많이 했단다. 그래서 어깨가 아프다고~ 그래도 대단하다. 거기서 엄마네까지 고속도로 타고 내려 올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생각도 안 하는데 말이다. 그렇..

나들이

코는 맹하고 머리는 띠잉하고.. 집에 있으면 신경이 곤두설 것 같아서 예정했던 대로 붕어섬이나 가자 했다. 괜찮겠어? 하길래 코만 맹맹하고 목소리만 그렇지 몸은 멀쩡 해~ 해서.. 퇴근하는 큰아이 괜찮냐 물어서 붕어섬에 갔는데... 예전에 내가 알던 붕어섬이 아니드라고.. 개발이 제법 많이 되었다. 흔들 다리도 생기고.. 흔들다리를 멍뭉이가 지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안전을 위하여 입장을 금한다는... 이 무슨 일이여 싶었지만 우리는 또 하지 말라는 건 안하는 모범 시민이라.. 하긴.. 바닥은 구멍이 뽕뽕이라 걸을 수도 없을 것이고 안고 건너기에는 그 흔들다리 길이가 제법 긴 데다가 흔들림도 제법 있어서 무리가 있긴 하겠더라고.. 큰아이에게 출렁다리 앞에서 멍뭉이 맞기고 남편이랑 같이 건너왔는..

솜뭉치의 저녁식사

마치 솜뭉치 같다. 털이 너무 많이 길어 예쁜 시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용해야지 하고 있다. 엄마네 다녀와서 미용해야지.. 언니가 동생이 엄마네 내려온단다. 그래서 나도 가기로 했다. 지난주에 김장하러 다녀오기는 했지만 서울에서 동생이나 언니가 내려오면 나는 가능하면 내려가서 얼굴 본다. 시집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친정에 언니랑 동생이랑 온 가족이 모였는데 나한테는 연락도 안 한 적이 있었다. 시어른들 모시고 사는 내게 전화하기가 어려웠던 거지.. 물론 그때는 언니랑 동생이 내려왔다고 해도 아이고 좋아라 하고 달려갈 입장도 아니기는 했지만.. 엄마한테 펑펑 울며 따지고 들었던 적 있다. 전화라도 좀 해 주지 그랬느냐고.. 어떻게 나만 빼고 그러느냐고 서운하다 이야기를 했지만.. 그 뒤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