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278

하늘이 이쁘다.

하늘이 참 예뻤다. 곱게 이발 한 언덕 위로 가을 나무와 그리고 하늘 걸으며 자꾸자꾸 올려다보게 만드는 하늘.. 사진을 크게 넣는 걸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별것도 아닌 이 사진은 작게 축소시키는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드네 아마도 나무가지와 나뭇잎 사이에 허공이 사라지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낙엽들이 엉겨 붙어 있는 듯 어지러운 느낌까지 든다. 더 크게 넣을까 하다가... 한쪽 귀은 삐이이 소리가 나고 한쪽 귀는 머어엉하니 막힌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감기기운 탓에 더한 모양이다.. 코가 맹하고 콧물이 좀 들락 거리기는 하지만 코로나는 아닐 거라 확신한다. 우리 집에 코로나 검사하고 콧물감기약 먹고 있는 녀석이 있거든.. 아무래도 그 감기가 내게로 이사 오는 느낌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아들 출근하는..

미용실

염색하러 왔다 달반에 한 번씩은 오는 것 같다 더 자주해야 머리 쇠는 걸 완벽하게 가릴 수 있지만 가느다란 머리칼에 힘도 없는데 염색하고 파마하고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아서 내 시선으로 최대한 미룰 수 있을만큼 미루고 온다 내 머릿결은 연약하니까 오픈 15분 전에 도착해서 좀 빠른가 싶어 산책로 잠깐 돌다가 아직이면 커피나 사 들고 가야겠다 아아가 좋을까 뜨아가 좋을까 생각하며 굽어 보니 미용실 오색?등이 돌아간다 아니 이미 머리를 말고 계시는 분이 있다 폰 들여다보다가 차례가 되어 거울앞에 앉아 눈을 감는다 날이 차가워진만큼 염색약도 차다 정신 번쩍 들게하는 차가움 이 미용실이 좋은 이유는 조용하고 조용하고 조용해서다 하기 싫은 말 안해도 되고 심지어 텔레비전도 속삭인다 원장님 성향이 그래서 그런지 ..

오늘따라 폴딱폴딱 잘도 뛰는 멍뭉이 따라 가느라 바빴다 가끔 쉬어가는 빈 의자를 아쉬운 눈으로 스쳐 보내고 천변 산책로에서 제방도로로 올라와 좀 쉴까 싶은지 어슬렁대는 멍뭉이에게 그래 좀 쉬자 하고 차량 통행금지를 위해 세워놓은 스텐 기둥에 엉덩이를 대고 기대는 순간 걸쳐놓기만 했던 기둥은 땅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하늘 향해 두발 벌린채 벌러덩 내리막 길에 벌러덩이라니 구르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피니 다행히 사람은 없고 멀리 교각 위로 차들만 씽씽 달린다 우리 멍뭉이 괜찮냐는 듯 얼음 한 채로 바라보고 괜찮아 가자 하고 보니 오른손 바닥에 모래 가루가 토도독 박혀있고 오른쪽 엉덩이가 욱신 거린다 몽고반점 생겼을지도 몽고반점!? 하니 생각나는 일 하나 몇 해 전 겨울에 옥상에 빨래 ..

비오는 밤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내 핸드폰 잠금화면이다. 몇 해 안된 것 같은데 찾아보니 14년도에 찍은 추암 바닷가 14년 도라... 그때 뭔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남편 모임에서 동해안으로 여행 갔었던 것 같다. 살아있는 바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하늘빛에 따라 물빛이 바뀌는 바다.. 사람 속은 알 수 없어도 바닷속은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바다 포말이 아낌없이 부서지는 바다.. 나는 그런 바다를 좋아한다. 시원하고 짜릿하고, 가끔은 뼈속까지 찌르는 듯한 바람.. 그 날카로움의 진 맛을 제대로 못 봐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바다가 좋다. 그래서 한동안은 바다 가까이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미쳐 있었다. 방구석에 틀어 박혀 폰으로 노트북으로 날마다 바닷가 농가주택 알아보..

엄마

아침에는 잘 일어났는데 종을 피곤함이 따라다녔다. 김장 후유증인가 아님 안 하던 운동을 하는 탔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기진맥진인데 엄마는 어떨까 싶다. 동네 어르신들 몇 분이서 목욕하러 가신다 그러더니 잘 다녀오셨냐 물었더니 아침 일찍 갔다가 아홉 시 몇 분차 타고 돌아오셨단다. 오전 내내 자다가 일어나 치울 것 좀 치우고, 지난번에 사 간 감을 열어 봤는데 하도 이뻐서 채반에 줄 세워 펼쳐 놓으셨단다. 치아가 제대로 없으신 걸 알고 이웃 어르신들께서도 홍시 만들어 먹으라고 감을 많이 가져다 주셨다 하시면서 감이 참 이쁘게도 생겼다 하신다. 저녁에 전화가 좀 늦었더니... 김장하고 아픈가.. 했다고. 못 말리는 엄마다. 하루 종일 뒹굴 거렸어. 엄마. 내일 치과에서 봐~ 했더니 너 안 나와도 되는데..

김장

티끌하나 없는 엄마의 마당 수돗가에 절여져 씻겨진 배추들이 비닐 망또를 쓰고 빨간 모자에 황금 모자를 겹쳐 쓰고 있다. 어제 엄마네 김장하러 갔다. 금요일에 가려고 했었는데.. 남편도 출근 아들도 출근... 물론 시외버스 타고 몸만 가서 마트 들렀다 가면 되기는 하지만.. 자가용에 길들여진 몸이라 귀찮은 마음도 있고 부실한 척하는 몸도 있고... 그래도 가야지 했었다. 김장은 2박 3일.. 간 절이고.. 씻어 건져 물 빠지게 두었다가 그다음 날 버무리는 걸로...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김장 당일날 오란다. 일찍 오면 일 많이 한다고.. 뭔 소리야. 엄마 일이 많으니까 일찍 가야지 했더니 아주머님들끼리 품앗이해서 하는데 사람 많으니 안 와도 된다고... 일하고 아프면 어쩌냐는 엄마의 말... 기차 타고 서..

멍뭉이

오후에 산책 다녀와서 남편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그네에 멍뭉이랑 앉아서 남편을 기다리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 멍뭉이도 그러는 줄 알고.. 그네에 앉아 흔들흔들 쉬다가 차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쭈우욱 내밀고~ 차가 멈추길 기다렸다가 멈추면 바로 뛰어 내려가 운전석 앞에 서서 저렇게 차 문이 열리고 남편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오늘은.. 남편이 통화를 하느라 바로 내리지 않으니 저렇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끙끙거린다. 옆집 둥이가 찾아와 놀자고~ 폴짝거려도 아니라는 듯.. 문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저 말 못 하는 작은 아이도 하루 종일 보이지 않던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저렇게 반기며 종일 수고했다는 듯 최선을 다해서 인사를 한다. 통화가 길어지는 거 같아 들어가자~ 하며 불려도 꿈쩍도 앉고 끙..

피곤하다.

피곤하다. 확실히 뭔가 에너지를 발산할 일이 생기니 하루가 짧다. 뜨개질이 자꾸 늘어진다. 오늘은 아예 손에 잡지도 않았다. 몸살이 한 번쯤 올 만도 한데 몸만 찌뿌등하고 아직 반응이 없다. 확실히 늦어. 반응이.. 11월인데 날이 푸근하다. 오늘은 일찌감치 방에 형광등을 껐다. 켜 둘 이유가 없어졌다. 피곤하니 뜨개질은 손에 잡히지 않고.. 너무 일찍 텔레비전만 바라보고 있자니 심심해서 성격유형검사를 해 봤다. ISFJ-T형이란다.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설문에 대답하면서 애매하게 나도 나를 잘 모르겠을 질문이 몇 개 있기는 하드라만.. 할 때마다 비슷하게 나오는 거 같기는 하다. 아...... 아... 근데 아까.. 낮에 일기 썼구나.. 깜박했다. 아니 습관이 무서운 건가..

가벼워진다는 것

병원에 갔다가 운동을 하러 갔다.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또는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손 위의 모래집처럼 손 빼 버리면 와르르 무너지는 것하고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있고, 나름 시간도 잘 가고 뻐근한 피곤함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작은아이 생일이다. 면접 보러도 갔다 오고... 새벽부터 움직여서 오후에는 쉬는가 했더니 학교 가야 한다고..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 쉬면서 맛난 거랑 먹고 그럼 좋으련만.. 오늘도 바쁘기만 한 아들이 안쓰럽다. 생일이라고 특별해야 할 것 같은 청춘이 여전히 바쁘기만 하다. 주말에 맛난 거 먹을거야~ 하는데 쫌.. 마음이 짠했다. 내가... 가끔 내게 놀랄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이 말랑말랑 해 져서 그런가.. 아님 돌처럼 굳어서 그런가... 그것..

삐돌이 국수

몇 년 전에 국사봉에 올라서 봤던 붕어섬이다. 이 붕어섬에 흔들 다리가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일요일에 남편이랑 아들이랑 멍뭉이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새벽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안 갔다. 이번 주는 안되고 다음 주에 가자고 할까? 아들하고는 시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낙엽 지는 거 보는 게 늦었다면 낙엽 밟으로 한 번 가 보고 싶다. 붕어섬의 붕어도 보고 싶고.. 흔들 다리는 건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침 눈을 떴는데 좀 나른하고 피곤하고 그랬다. 어제 안하던 운동을.. 그것도 운동이라고 좀 피곤했던 모양이다. 늘어지는 몸뚱이 벌떡 일으켜서 라테 한잔 마시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운동하러 갔다. 해야지... 해야 해.. 책임감이나 의무감으로라도 해야지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