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278

겁쟁이

엄마네 다녀왔다. 동생 내외가 조카들과 별이~ 별이는 동생네 말티푸다.. 별이를 데리고 온다고 해서 엄마는 말리고, 동생은 데려오라고 해서 못 이기는 척.. 이번 기회 아님 언제 상견례? 하겠나 싶어. 흐흫 견공들의 상견례 우리 집 멍뭉이를 데리고 갔다. 평소 같으면 마당 앞에서 내려놓으면 불이났게 뛰어가 문 열어달라고 긁어 댈건데 오늘은 내가 조심스럽게 안고 들어갔다. 낯선 사람에 낯선 견공... 별이는 짖고.. 국수는 쫄고... 짖어대는 별이 눈에는 겁이 잔뜩 묻어 있고.. 꼬리도 내려가고.. 우리 집 멍뭉이는 이 집에 원래 겸둥이는 난데 웬 견공? 싶은지 뒷걸음질 치고... 가져간 간식을 별이랑 국수에게 주어봐도 둘 다 멀뚱 입맛만 다시고 안 먹는다는... 그러다가 앉아 살살 쓰다듬으며 안았더니 편..

오늘이

참 예쁘게도 서리가 내려앉았는데 카메라에 담긴 강아지풀 위에 서리는 마치 거미줄 같네 요즘 카메라는 성능이 좋아서 실물보다 더 멋지게 담아내던데 누구에게나 다 허락된 능력은 아닌 모양이다 오늘이 며칠이지 한참을 찾았다. 폰을 들여다보니 배경화면에 시간은 있는데 날짜는 없다. 날씨 어플에도 날짜는 없고, 포털에 들어가 봐도 날짜가 안 보인다. 노트북 모니터를 들여다봐도 배경화면 어디에도 날짜는 없다. 시간은 있는데 설정을 그렇게 해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가끔 날짜 감각이 없어져서 날짜 확인하느라 폰 달력을 열어 보기도 한다. 웃기다. 종이 달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 시집오기 전부터 현관 앞에 걸려 있던 달력을.. 올 새해 들어서는 걸지 않았다.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날짜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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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는 늘 바쁘다. 그렇게 날마다 초를 다투듯 바쁘게 사는 거는 아니겠지만 사적인 통화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급한 거 아니면 간단하게 하고 다음에 다시 통화하는 편이다.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그런 것도 닮는다. 그래서 톡을 많이 한다. 물론 내가 보내는 입장이고 아들은 답하는 입장 나는 장문의 말들을 마음을 담아 늘어놓고 아들은 아주 간단하게 대답하는 스타일 그것이 "ㅇ"이다. 아들~ 집에 아직 안들어 갔냐? ㅇ 밥은 먹었어? ㅇ 오늘도 늦냐? 피곤하겠다. ㅇ 엄마가 오늘 이거랑 이거랑 해서 택배 보냈으니까.. 이거는 어쩌고 저거는 어쩌고 해서 냉동에 넣고 어쩌고 저쩌고 해 ㅇ 이런 식이다. 오늘 아들에게 문자를 넣었다. 엄마가 사준 샴푸 쓸 때는 괜찮았는데 마트에서 몇 번 사다 썼는데 머릿속이 가렵..

겨울아침

겨울 아침은 눈부신 햇살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풍성한 거품 커피 위에 해맑은 햇살 세 스푼을 시럽 대신 올리면 이보다 더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아침 풍경이 있을까 싶다. 외출 준비를 하니 눈치 빠른 우리 집 멍뭉이는 벌써 안전하고 따듯하고 불안감 없이 오전잠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갔다. 똑똑한 자식~ 무슨 복으로~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가 있다. 사실 나는...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미안하지만 잊고 살아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친구.. 며칠 전 모든 핑계를 다 받아주는 갱년기 탓을 해가며 잡담을 나누고 싶은 사람을 물색하다가... 하........... 다들 바쁘구나... 라는 이유로, 하....... 엊그제 통화했지..라는 핑계로 내 습자지만..

오늘은..

일기가 안 써지는 날이 있다. 오늘도~ 그런 날... 열 줄쯤 썼다가 지웠다. 뭐 비밀이라도 적었다며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을 적었는데 마음도 없고, 주절이도 매끄럽지 않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백스페이스 눌러 지우는데도 한참이 걸렀다. 그럼에도 쓰는 것 보다는 훨씬 간단하네 지우는 것은.. 지난여름을 떠나보내며 목욕시킨 선풍기를 다시 조립하는데 그중 하나의 날개를 잡아주는 조임 나사가 맞지 않는 거다. 분명 하나는 망가져서 버렸고, 그거 딸려 버려졌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여기저기 찾다 찾다 포기하고~ 내년 다시 선풍기 불러낼때까지 못 찾으면 그때 어떻게 하지 뭐 하고는 한쪽에 분리된 채로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는데 오늘 세탁기 밑에서 새카만 뭔가가 반쯤 기어 나와 있는 거다. 뭐..

늦었네

밤 열한 시가 넘었네. 밤이 기인 겨울이 아니라 놀 것이 많아 밤이 짧은 겨울이다. 남편 손가락에 맞춰가며 장갑 한 짝이 완성이 되었다. 그렇게 급할 것도 없는데 이왕이면 한짝이라도 만들어 놓는 것이 낮에 혹시 내게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에 내 하고 싶은 만큼을 뜨려면 아무래도 오늘안으로 한 짝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장갑이 쬐끄만해서 금방 뜰 것 같은데 생각보다 시간이 제법 걸린다. 강물이 꽁꽁 얼었더라고. 며칠 춥더니만 내 주먹만한 돌팔매를 해 보아도 통통통 튕겨 나갈 뿐 얼어 버린 강에는 흔적 하나 남지 않더라고.. 얼어서 멈춘 강물.. 멈춘듯 보이지만 흐르고 있겠지. 저 차가운 얼음장 밑으로는.. 얼어버린 강을 보면 한번 걸어서 건너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냥저냥

해 바뀐 지 이틀 째 한참을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눈과 귀로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힐끗거리고 입안에 느껴지는 아직 떫은맛이 다 빠지지 않은 홍시인 듯하면서도 홍시 아닌 것 같음에 헷갈려하며 오늘은 뭘 또 쓸까.. 그러고 있다. 게으름인가 봐 그새 잘해보자 해서 한 두 달 열심히 지킨 것 같은데 해 바뀌고 이제 이틀 째인데 그새 게으름.. 열 시 반이 다 되어 가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실과 바늘 붙들고 노느라고 늦었다. 그래봐야 저녁 처리하고 아홉시 반 이쪽저쪽까지.. 씻고 들어와 앉으면 정말 게을러질 것 같아서 일기장 앞에 먼저 앉았는데 별 효과 없네 앞은 하얀 모니터고 뒤는 어스름한 텔레비전 불빛 밝힌 어둠이고, 그렇다. 아.......... 모르겠다. 애쓰지 않고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

나이한살 더 먹은 날

새해 첫날이라고 한다. 분위기 탓인가 나이 탓인가. 나만의 문제인가. 새해 인사 문자가 수도 없이 쏟아져 들어오던 때와는 분위기가 제법 다른 듯하다. 물론 연말 분위기도 없었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유독 조용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일출을 본다고 큰아이가 새벽 등산을 갔다가 일출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 주었다. 집안 이불속에 앉아서 날 추운데 애써 가서 해 보고 오면 좋은데 오늘은 흐려서 보기 힘들겠어... 그랬는데 흐렸던 것은 다행히 내 하늘이었고, 아이가 갔던 도시의 하늘에서는 해가 불끈 솟아올랐다. 큰아이에게 좋은 기운의 해가 밝아 온 것 같아서 기분 좋았고, 그 기운 작은아이에게도 갔으면 해서 동영상 보내 주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엊그제 오픈한 리퍼브샵에 구경 갔다. 예전에 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