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시작한 뜨개질 재미에 하루가 짧다.
남편이랑 점심때쯤 엄마네 다녀왔다.
언니도 보고 동생도 보고
제일 아쉬워했던 엄마도 보고..
내일은 엄마 치과 가는 날인데 동생이 가겠단다.
나더러 하루 쉬라고~
나 집에서 가까워 나가도 돼~ 했더니
울 엄마 뭘 나오냐고, 동생이랑 가는 거 잊어먹고 나오지 말라고~
그래서 그러마 했다.
사실 이 도시까지 오는데 집구석에만 있는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엄마가 원하니까..
가만 보면 동생이랑은 나는 엄마 뜻에 맞춰 주는 편이고
언니는.. 잔소리해서 바꾸려고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엄마한테 지고 말지만 ~
집에 와서.. 뜨개질 뜨개질 뜨개질...
저녁 먹고 또 뜨개질...
요크 부분 늘림을 끝내 놓고... 코 수를 세어보니.. 어? 안 맞는다.
안 맞아도 한참을 안 맞는다.
분명 동영상 보며 제대로 했는데...
어디 한 부분 요크 늘림 하는 부분을 통째로 날린 것이다.
아....
오늘 오후에 뜬 거 다 푸르시오~ 해야겠구나 하고
내가 놓친 부분을 찾기 위해 동영상을 찾아보는데..
끝에서 두 번째 단 휴 다행이다.. 이걸 정리를 하고 싶은 거다.
근데 이미 방에 불빛은 사라졌고.. tv불빛으로 하기엔 무리가 많다 싶어
들고 거실 한쪽에 쪼그리고 앉았다.
새로 배운.. 무조건 풀고 코 줍는 방법이 아닌..
풀어야 할 부분 아랫부분에 바늘로 코를 미리 주워놓고 풀어내는
방법으로 해서 정리를 하니
확실히 코도 뒤집히지 않고, 시간도 단축되고 좋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고
헷갈리는 부분은 메모해 놓아다가 다시 확인하고
그러고 나서 뜨기 시작하면 푸르시오 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방법을 알면서도 건너뛰기를 한다.
그러다 푸르시오는 정석.
빗소리...
비가 오는구나..
날 추울 텐데... 비 오나? 아직 그렇게 많이 안 추운가....
이렇게 비 오면 이따가는 눈으로 바뀌겠네..
눈 많이 오면 안 되는데..
눈 좋아하지만 이젠 맘 놓고 기다리거나 떼쓸 수는 없어졌다.
아이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엄마 수요일에 눈 온데..
엄마 이제 눈 별로.. 눈 오면 너 힘들잖아!
아니야 엄마 그날 나 쉬는 날이여.
그래도 눈 별로.. 했었는데...
앞으로는 마음 편히 눈을 즐기지는 못 할 것 같기는 하다.
이러다가 철딱서니 없이 또 와 눈이다~ 하고..
지금 맘처럼.. 새벽에 눈 온다고 했으니 알람 맞춰 놓을까?
이 비가 눈이 될지도 몰라...
알람 울리면 남편도 깨겠지..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며.. 푸르시오~ 했던 실을 다시 제자리로 원위치
시키고.. 창문을 열었다. 이 밤에 비가 많이 오네.. 하고..
오잉!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는 내 차가 말짱하다.
이슬 하나 안 붙어 있는 듯..
뭐야.. 이명인가.... 이명이 그렇게 심해졌나?? 왜? 별로 피곤하지도 않은데. ..
급 우울모드....
밖에 빗소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할 만큼 내가 내 귓속의 소리를
모르지 않는데..
그넘하고 동거 한지가 얼만데.. 싶어 심란해졌다.
씻으려고 욕실 쪽으로 가니..
욕실 문이 살짝 열려있고, 형광등이 켜져 있다.
뭐지? 아무도 안 들어갔는데.. 하면서 슬그머니 열어보니
욕실 환풍기가 신이 나서 돌아가고 있다.
아.. 이거였구나...
욕실 오래된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기어 나왔는데 나는 그것을 빗소리로 착각하고..
눈 타령을 했었구나... 싶은 어이없음과..
그래 그렇지... 이명이 그 정도는 아니지.. 싶은 안도감..
환풍기 소리가 빗소리로들리디?싶은 한심함
날 추워진다더니 겨울 깊숙이 들어온 느낌이다.
겨울은 좀 추워야 하는 거 맞지만...
좀 겁이 나기도 한다. 추위는..
그래도 지금까지 따듯했으니 이제 좀 추워야 하는 건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