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잠깐 눈이 내렸다.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 2022. 12. 13. 22:19

어제 큰아이 생일이었다.
생일날은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자유를 주고
한가하시다는 오늘 저녁 집에서 소고기를 구워 맛나게 먹었다.
생일이라고 양손을 무겁게 들어오시더니 택배도 몇 개나 오고..
폰에도 선물이 몇개가 적립되어 있단다.
큰아이는 친구들 생일도 잘 챙기며 지내는 모양이다.
나는 저 나이 때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말이다.
하긴.. 저 나이에 나는 시집살이 눈물 콧물 다 빼고 있었기는 했지. 흐흐흐..
이렇게 이쁜 케익도 들고 들어왔다.
케익 별로 안 좋아하는 집안인데 이 케이크는 맛나서 한자리에 모여서
거이 다 먹었다.
아들 생일 케익이라 그런지 더 맛났다.
울 엄마는 외손주 생일이라고 기억도 잘하시고
아들에게 전화를 주셨다고~
하긴 엄마 손으로 산후조리 다 해주시고, 황달 있는 아가
바람 들어갈까 봐 돌돌 말아 쌓아 안아 들고 버스 타고 그 겨울에
소아과 왔다 갔다 하셨으니
울엄마도 엄마 노릇하느라 정말이지 고생 많았구나 싶다.
울 엄마도 내 아들도 몸도 마음도 관계도 모두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

지 방으로 갔던 큰아이가
엄마! 하고 부른다.
왜? 했더니
멍뭉이 형아 소리 난다는 건지
지가 먼저 대답하는 건지 멍멍 거려서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엄마! 하고 또 밖에서 부르길래
눈 오냐? 했더니
어!~ 한다.
창문 열어보니 내 눈에는 안 보이는데..
눈 안보이는데? 했더니
제법 내려. 한다.
멍뭉이 안고 마당에 나가 보니 정말 눈이 내리고 있기는 하다.
눈 많이 오면 안 되는데..
출근해야는데.. 하며 올려다본 하늘이 그다지 많은 눈을 품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이사이 맹한 하늘이 들여다 보이는 것 같더라도..
그래도 눈이라고.. 와이퍼 하늘 향해 벌세워 놓고 들어왔다.
내일 많이 추워진다더니 그러려고 그렇게 종일 바람이 불어댔나 보다.
눈이 오면..
눈 펑펑 그랬으면 좋겠다 좋겠다 했었는데...
이제는.. 눈 오면 걱정..
소금장수 아들을 둔 엄마가 비 오는 거 걱정하듯이..
그렇다.
다시 창문 열어보니 하늘이 멀건하다.
눈은 보이지 않는데 바람이 춥다고 후다닥 열린 틈으로 들어올라 해서
후딱 문 닫아 버렸다.
미안..
나도 너 들어오면 추워서..
넌 추위에 익숙하잖아.
아.... 엊그제 대문 앞에 엄마 고양이랑 있던 아가 고양이가
생각이 나네
날 추운데 괜찮을까?
괜찮겠지. 옆집 아저씨네 창고에 사는 고양이인데..
그 집 아저씨 손에 밥 먹고 사는 아이들이니 괜찮겠지 싶다.
그들도 이 겨울은 참 힘들겠다. 싶다. 물도 얼어 버리고
날도 춥고....
누구에게나 겨울은 쉽지 않은 계절인 거야.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이렇게 따듯한 방에서
맛난 음식 먹으며 생일 축하할 수 있다는 거 말이야. 그렇지.




눈오네 하아얗게
장막을 내린듯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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