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하늘 아래 고드름이 열심히 자라고 있다.
해님은 열심히 열심히 눈을 녹이는데
녹은 눈은 물이 되어 떨어지지 못하고 저렇게
쨍한 모양으로 키를 키워가고 있다.
치과..
열 시 반 예약..
이 치과는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분들도 친절하신데
주차장이 불편..
건물 높이에 비해 주차장은 너무 비좁고.
뱅글뱅글 돌아 지하로 내려가면..
차들이 빽빽해서.. 남편도 묘기하듯 차 문을 열고
내려야 한다는..
그래서 나는 아예 차를 가지고 가는 거를 포기했다.
처음에는 읍사무소에 차를 두고 버스 타고 움직였고,
아들이 어마! 거 대형마트 있잖어. 거기 두고 가면 되지! 해서
갔는데 대형마트 개장시간이 아니어서 근처 골목에 주차하고 걸어가고..
요즘은 대형마트에 주차하고 병원에 간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마트에 주차 해 놓는 날은 뭐든 작은 거라도 한 두 가지는 사 들고
나온다는..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내 스스로 찔려서 그러는 것 같다.
오늘도..
새벽에 내린 눈으로 길이 반들반들 하더라고..
차 많이 다니는 도로는 괜찮은데 우리 동네 뒷골목이나
병원 있는 건물 계단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 다리에 힘이 없는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트 앞 종합병원 앞에는 구급차가 경광등을 밝히며 돌아가고
있더라고.. 누군가 빙판에 다쳤나... 싶기도 하고..
열 시 쫌 넘어 병원에 도착했지.
늘 좀 일찍 가는 이유는 일찍 가면 일찍 끝내고 올 것 같아서..
날이 추워서 그런지 한가하구나 싶었지.
간호사 따라 병원 들어가서 1차로 간호사? 치위생사? 가 보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원장님이 지금 옆방에서 환자 분 보고 계셔서
끝나면 바로 오실 거예요~ 했다.
십분.. 십오 분... 그 정도쯤이야 병원서 기다리는 건 일상이지..
이십오 분 삼십 분...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늘 들여다보던 폰도 없고, 창문엔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서
밖은 보이지도 않고..
고요 속에 옆 진료실에서 들려오는 드릴? 소리 흐흐흐..
사십 분... 사십 오분.. 고개 돌려 돌아보니..
마침 지나가던 간호사가 너무 오래 기다리시죠..
죄송해요. 옆 환자분 수술이 좀 오래 걸리네요.
죄송해서 어쩐대요. 하길래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대답은 했지만 나른하다.
치과에서 나른하다고?
손등 들여다 보고 손톱도 들여다 보고.. 손금도 들여다 보고...
다시 신발도 내려다 보고 옆도 보고 앞도 보고..
그냥 멍이 안되는구나..
폰 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사오십 분은 정말이지 길구나
싶더라고..
얼마나 내가 폰에 길들여져 있는지..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나는 얼마큼의 시간을 편하다고 생각하고
누릴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에 꼬리를 물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하시는 선생님 말씀에
내 나른함의 시각은 금세 깨졌다.
치과는... 여전히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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