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고드름 고드름

그냥. . 2022. 12. 14. 22:47

 

쨍한 하늘 아래 고드름이 열심히 자라고 있다.

해님은 열심히 열심히 눈을 녹이는데

녹은 눈은 물이 되어 떨어지지 못하고 저렇게 

쨍한 모양으로 키를 키워가고 있다.

치과..

열 시 반 예약..

이 치과는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분들도 친절하신데

주차장이 불편..

건물 높이에 비해 주차장은 너무 비좁고.

뱅글뱅글 돌아 지하로 내려가면..

차들이 빽빽해서.. 남편도 묘기하듯 차 문을 열고 

내려야 한다는..

그래서 나는 아예 차를 가지고 가는 거를 포기했다.

처음에는 읍사무소에 차를 두고 버스 타고 움직였고,

아들이 어마! 거 대형마트 있잖어. 거기 두고 가면 되지! 해서

갔는데 대형마트 개장시간이 아니어서 근처 골목에 주차하고 걸어가고..

요즘은 대형마트에 주차하고 병원에 간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마트에 주차 해 놓는 날은 뭐든 작은 거라도 한 두 가지는 사 들고 

나온다는..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내 스스로 찔려서 그러는 것 같다.

오늘도..

새벽에 내린 눈으로 길이 반들반들 하더라고..

차 많이 다니는 도로는 괜찮은데 우리 동네 뒷골목이나

병원 있는 건물 계단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 다리에 힘이 없는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트 앞 종합병원 앞에는 구급차가 경광등을 밝히며 돌아가고

있더라고.. 누군가 빙판에 다쳤나... 싶기도 하고..

열 시 쫌 넘어 병원에 도착했지.

늘 좀 일찍 가는 이유는 일찍 가면 일찍 끝내고 올 것 같아서..

날이 추워서 그런지 한가하구나 싶었지.

간호사 따라 병원 들어가서 1차로 간호사? 치위생사? 가 보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원장님이 지금 옆방에서 환자 분 보고 계셔서

끝나면 바로 오실 거예요~ 했다.

십분.. 십오 분... 그 정도쯤이야 병원서 기다리는 건 일상이지..

이십오 분 삼십 분...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늘 들여다보던 폰도 없고, 창문엔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서

밖은 보이지도 않고..

고요 속에 옆 진료실에서 들려오는 드릴? 소리 흐흐흐..

사십 분... 사십 오분.. 고개 돌려 돌아보니..

마침 지나가던 간호사가 너무 오래 기다리시죠..

죄송해요. 옆 환자분 수술이 좀 오래 걸리네요. 

죄송해서 어쩐대요. 하길래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대답은 했지만 나른하다.

치과에서 나른하다고?

손등 들여다 보고 손톱도 들여다 보고.. 손금도 들여다 보고...

다시 신발도 내려다 보고 옆도 보고 앞도 보고..

그냥 멍이 안되는구나..

폰 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사오십 분은 정말이지 길구나 

싶더라고..

얼마나 내가 폰에 길들여져 있는지..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나는 얼마큼의 시간을 편하다고 생각하고

누릴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에 꼬리를 물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하시는 선생님 말씀에

내 나른함의 시각은 금세 깨졌다.

치과는... 여전히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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