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올해 마지막 일기

그냥. . 2022. 12. 31. 23:17

쉽게 살고 싶었다.

아니 내게도 좀 만만하고 쉬운 한 해가 있어도 되잖아 싶었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뭐 아주 특별하게 한여름 날씨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삶을 대하는 모지리인 내가 하도 허약하고 나약해 빠지고

이미 세상에 많이 데이고 체여서 뻥과자처럼 부실하다는 거

그래서 살짝만 잘못 건드려도 부서진다고...

그러니 세상아 인생아 인연들아 조심해 줘

난 위험인물이야! 그러고 엄살이라도 부리며

보호막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으로 만들어 낸 폴더 이름이 쉬운 나이..

그래서 올 한 해 쉬웠냐고?
어땠을 것 같은데..

살아보니 쉬운 나이란 없어!

원래 생각대로... 쉰쉰쉰몇... 하다가 쉬운이 되었던 기억이 났어.

이미 나는 쉬운 삶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거야.

다만 감당할 수 있는 날들을 기대했던 거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참 많이도 주저앉았고, 참 많이도 흔들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 그래도 아직은 견딜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인생이었고, 삶이었고, 세상이었고, 삶이어서 다행이구나 싶더라고..

연말 분위기?
하나도 모르겠어.

새해? 그게 뭔데? 싶기도 해..

그냥 어제이고 오늘이고 내일인 것뿐이지..

엄마가 감기에 걸리셨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잘 쓰고 다녀서 감기 잘 안 걸리시더니..

이번 겨울은 감기가 기승인가 봐..

쫓아 가 보고 싶었지만..

남편은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고 오셨고,

나는.. 도저히.. 이 야밤에 차 끌고 엄마한테 갈 자신이 없다.

택시라도....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엊그제 감기기운 있다고 할 때 병원 가시라 했는데 안 가시더니...

ㅠ.ㅠ

 

진짜로...

진짜..

올해는 일이 정말 많았네...

하나하나 꼬집어 따저보고 싶고

인생에게 너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악다구니라도 쓰고 싶지만....

뭐... 그래도 고맙다 해야 하나...

이 정도여서 이만큼의 흔들림이고 고난이어서 

단단해지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야 그래도.. 좀 이제는 좀 편안하게 살고 싶어.

나의 편안함은..

내 아이들의 평온과 내 가족들의 평화로운 일상..

그거면 되는데....

내게 새해에 받을 복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복 모두모두 쓸어 모아 내 아이에게 갔으면..

난 그냥 평범만하고..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고 안전하고

기분 좋은 일들은 모두 모두 내 아이와 내 남편과 내 엄마와 

내 가족들에게 눈처럼 포근포근 내려 주었으면 싶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

오늘은 불면이 끼어들지 않도록 단단히 이불 뒤집어쓰고

꿈도 없는 잠을 자야지

그리고 번쩍.. 새해 첫날 말똥말똥하게 시작해야지!

올해도.. 수고했어. 김여사..

내년에는 더 간강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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