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가을한낮

그냥. . 2023. 10. 18. 11:57

가을 한낮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선선하니 좋다.

가끔 바람에게서 조심스럽게 바스락 소리가 난다.

나는 이 바스락 소리가 나는 가을바람이 참 좋다.

허공인 듯 허공 아닌 하얀색이 제법 섞인 하늘에는 말 그대로 

하얀 물감이 덜 섞인 듯 여기 저기 희끗할 뿐 하늘색이다.

눈에 보이는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살랑살랑 산책 다니는 것이 보이고

간간히 새들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닌다.

이 계절 하고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노란 나비 한 마리도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개를 펄럭이며 바쁘다.

저 나비는 

저 새는..

저 바람꽃은..

여태 예쁜 분홍빛 노랑빛 꽃잎들은 

저리도 가벼워 보이는데

나는 아침부터 몸보다 마음이 무겁고.

괜한 샘.. 질투 그것도 아니면 서운함..

아니.. 어쩌면 머리로는 진작에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서 수면 위로 떠 오르며 제 모습을 드러내니

느껴지는 그냥 뭐.. 그런 가볍지 않은 마음이 불쑥 

나를 지배한다.

인정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었잖아.

사실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게 뭐가 서운하다는 거야..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이어서

내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지금 이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으면서도 그냥 무겁다.

우울이 아니다.

그냥...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관계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간과했던 것도 한몫했잖아.

안 되는 것에서 맴돌며 스트레스받기 싫다 싶었잖아.

어차피 그 상황에서는 지금 생각해도 그게 내게는 최선이었으니까..

그래..

다시 되돌려진대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상황들이라면

후회하지도 서운해하지도 속상해하지도 말자.

그냥.. 그래라.  그러면 되는 거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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