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솔직하게 담백하게

그냥. . 2024. 1. 2. 21:27

 

어제 오후에 산책할 때 찍은 사진이다.

어쩜 저렇게 앙상해질 수가 있었을까?

세월이 무서운 건가. 찬 바람이 무서웠던 걸까..

아마도 찬 바람보다는 세월이 저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도 풍성하고 반짝이던 억새꽃은 모두 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처럼 세월 따라 사라져 버리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그 사이로 쌩하니 찬바람이 불면 휘어청 억새는 흔들리고

그 흔들림의 진동만큼이나 내 마음도 비틀 거린다.

오늘 처음으로 요가를 시작했다.

시작은 했다.

방학 때 특별반은 편성한다고 해서 등록했다.

새 학기가 되면 다시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워낙에 유연성이라고는 바늘에 꿰어  쓸래도 없는 몸이라 유연성도 좀 키우고

굳은 근육도 좀 풀어주고, 체력도 좀 키워볼까... 해서

몇 번 망설이다 시작했는데 험난함이 예상이 된다.

우선 어지럼증을 조심해야 하고...

오십견으로 굳은 한쪽 어깨가 또 걸림돌처럼 떡하니 자리 잡고 있고...

그렇다.

그래도... 어설프지만 열심히 따라 한다고 허우적 거리고 왔다.

내일 아침엔 여기저기 뻐근할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

제대로 하지 않아서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내 움직임을 보고 요가 선생님이 어깨 불편하냐고 바로 알아보시더라고..

어깨가 많이 불편하시군요... 끝날 때쯤 말씀하시더라고..

속일 수가 없다. 몸은..

사실 읍사무소에서 거의 무료로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일대일 교육이 되지는 않지만.. 해 보고 

내 몸에 도움이 된다면..

아니..

괜찮은데.. 싶은데 3월에 내 자리가 생기지 않는다면 학원을 잠깐 다녀 볼 생각도

있다.

봐 두기만 했던 곳은 없어졌다 하더라고..

거기가 주차하기도 좋기는 했는데 말이다.

언제나 늦은 후회는 미련만 남길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사실..

작년에  벌써 작년이네 그때는 여유가 없었어.

마음도 금전적으로도...

뻣뻣하게 굳어있는 내 몸...

굳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애초보터 좀 많이 뻣뻣했다.

놀 줄도 모르지만 노래고 춤이고 운동이 고는 나하고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몸치였으니까...

건강해야지

울 엄마 통화 할 때마다 아프지 말아라 감기 걸리지 말아라

밥 잘 먹어라 따듯하게 입어라는 말

이제 그만 모두 잊으시게 탄탄해야지 않겠나 싶다.

결혼 전에 엄마가 사주를 봤는데

이 결혼시키면 딸이 많이 아파요.. 했었단다.

나는 못 들었는데 내가 비실 거리는 어느 날 언니가 속상해하며

내놓은 말이었다.

흐..

그래서 그런가.. 엄마는 속으로 가끔 당신만의 자책을 하고 계시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점쟁이를 엉털이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사실 뭐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

앞으로는 더 챙기며 살 거니까  울 엄마 머릿속에 박힌 그 쓰잘데 없는 말을

지껄여 평생 전전긍긍해 하며 살게 한 그 말이 정말 쓰잘데 하나 없는

순 엉털이였음으로 만들어야지 싶다..

그렇다.

요가 시작해서.

하루하고 와서는

흐... 대단히 대견스러운 모양이다. 나 스스로가..

뭐든 새로 시작하는 것은 신선한 설렘이 있다.

 

나는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즐기기도 하지만 내 글에 대한 애착도 많은 편이다.

내가 써 놓고 어쩌나 한 두개쯤은 이글은 참 잘썼어...스스로 

뿌듯해 하기도 한다. 누구한테 내놓고 자랑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일기라고 쓰면서 제목은 늘 맨 마지막에 쓰는 경우가 99.9프로이다.

우선은 뭘 쓸지 몰라서이고,

제목으로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아서 이고,

아주 평범하게 써서 해변의 모래알처럼 어울렁 더울렁

묻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전.. 

지난해의 일기들을 둘러보면서 허............... 제목만 보고는

아무것도 모르겠는 글들을..

가끔은 찾아보고 싶은 추억도 있는데 도대체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을..

일기만 봐도.. 아.. 그래..

그래... 그거!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누구를 위한 일기가 아니고 나를 위한 글이니까..

내가 돌아보고 싶을 때 쉽게 찾을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목을 아주 솔직하고, 간단명료하게 그렇게 

만들어 볼까 한다.

20년 가까이 써온 일기는 그 숫자가 셀 수 없이 많은데

그 안에 있는 보석 찾아내기는 말 그대로 모래밭에서 큐빅 찾기다.

이젠 큐빅, 진주, 돌덩이, 이슬.. 상처..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알록달록하게 

제목으로 표현해야지 싶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난 너무 걱정이 많다.

불안증이 많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들 이야기도, 남편 이야기도, 일기장에도 제대로 

내놓고 이야기해 본 일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다.

두리뭉실하게 그냥 그렇게

고민하고 아파하고, 행복해하고 대견해하고 그랬을 뿐...

일기가 일기답지 않았다는 걸 인정한다.

물론 예전에 보는 사람이 많았을 때에는 신경 쓰이고, 자존심도 있고,

괜히 공개일기라고 예민해져서

그래서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뭐..

바람 한 점 지나다 문득 살짝 둘러보거나 

말거나 하는

빈집이나 마찬가지인 내 집인데 굳이... 쓰는 사람보다

어쩌한 한 시선 머물다 가는  그 시선을  부담같고 싶지는  않아 진 것도 있고..

물론 이 마음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앞으로는 다만..

조금 더 솔직하게 일기답게 바라고 기원하고 욕심내고 ,욕도 하고 

성내고,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내 마음에 충실해 볼 생각이다..

내 일기이니까..

나만의 일기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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