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근육통이 왔다.

그냥. . 2024. 1. 3. 23:02

몸이 으스스 떨린다.

뭔가 입이 궁금해서 홍시를 먹었더니

먹을 때는 차가운 거 별로 못 느꼈는데 

엄청 차가웠던 모양이다.

몸이 으스스 떨리고

손이 곱네.. ㅎ.. 웃겨..

배가 든든하기는 하네 커다란 홍시 하나가

얼음처럼 뱃속에 자리 잡았나 봐. 아 추워..

 

운동 시작한 지 일주일 됐다.

그동안 생각보다 너무 멀쩡하다 싶었는데

오늘은 온 몸이 아프다.

근육통이 지대로 오는 것 같다.

근데 왜 오늘일까?

처음 시작했을 지난주도 아니고

요가 처음 했던 날도 그다음 아침도 아니고 

적당히 헬스장에서 놀고 온 오늘 왜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어기적 거리며 걷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허벅지도 아프고, 배도 당기고,

그리고 깨달은 사실 또 하나..

그냥 앉아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은데

고개 숙이고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핑그르르르 더 핑글 그린다는 것...

그걸 오늘 이제야 깨달았네..

 

오늘 운동하고 로컬푸드 매장에 가서 김밥 재료를 사들고

나와 차에 마약 오르는데

웬 아주머니가 엄청 반갑게 다가오시며 아는 척을 하시길래

누구지? 하고 바라보니 모르는 분이다.

나 차 문 열어 장바구니 들여놓는 순간..

내 차 와이퍼를 보시더니

딸...내가 딸 같아서 그러는데 엄마가 보니까

와이퍼 갈아야겠어..하시길래..

아니에요 제가 오늘 바빠서요...

했더니

아니 금방 돼. 시동 거는 동안 내가 갈아 놓을게 

만오천 원밖에 안 해.. 하시면서 막무가내시길래..

아니 저 진짜 바빠서 그래요. 오늘은 안되는데..

하는데..

아니 금방 갈아줄게... 엄마 생각해서 하나 갈아 줘.. 하신다.

저 현금도 없고.. 하며 지갑을 열어 보여주니 

계좌이체도 돼.. 핸드폰으로 이체시켜 줘 하신다.

하............

안되는데 저 지금 바로 가봐야 하는데.. 했더니..

아이고 딸.. 나 이미 하나 갈아놨어. 하시는데

어이도 없고 웃음도 나고.. 한편 저 연세에.... 길거리서...

싶은 마음이 들어..

계좌 불러주시고 갈아주세요. 하니

고맙다 연신 말씀하시며 눈 깜짝할 사이에 와이퍼를 갈아 

끼우셨다.

나 마음 약하다고 얼굴에 쓰여있나?

특히 엄마들한테..

언젠가도 뭐 팔아 달라해서.. 다른 사람도 많은데 내게 그래서

그때도 거절 못했던 기억 있는데..

무튼..

안 그래도 잘 안 닦이네 싶었는데  갈아서 좋기도 하고,

그 아주머니 장사 수완이면 세상의 모든 딸들과 아들들에게

와이퍼  갈아 끼울 기회를 주시겠구나... 싶다.

한참 웃음이 났다.

뭐 다음에 또 갈아달라시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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