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으스스 떨린다.
뭔가 입이 궁금해서 홍시를 먹었더니
먹을 때는 차가운 거 별로 못 느꼈는데
엄청 차가웠던 모양이다.
몸이 으스스 떨리고
손이 곱네.. ㅎ.. 웃겨..
배가 든든하기는 하네 커다란 홍시 하나가
얼음처럼 뱃속에 자리 잡았나 봐. 아 추워..
운동 시작한 지 일주일 됐다.
그동안 생각보다 너무 멀쩡하다 싶었는데
오늘은 온 몸이 아프다.
근육통이 지대로 오는 것 같다.
근데 왜 오늘일까?
처음 시작했을 지난주도 아니고
요가 처음 했던 날도 그다음 아침도 아니고
적당히 헬스장에서 놀고 온 오늘 왜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어기적 거리며 걷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허벅지도 아프고, 배도 당기고,
그리고 깨달은 사실 또 하나..
그냥 앉아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은데
고개 숙이고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핑그르르르 더 핑글 그린다는 것...
그걸 오늘 이제야 깨달았네..
오늘 운동하고 로컬푸드 매장에 가서 김밥 재료를 사들고
나와 차에 마약 오르는데
웬 아주머니가 엄청 반갑게 다가오시며 아는 척을 하시길래
누구지? 하고 바라보니 모르는 분이다.
나 차 문 열어 장바구니 들여놓는 순간..
내 차 와이퍼를 보시더니
딸...내가 딸 같아서 그러는데 엄마가 보니까
와이퍼 갈아야겠어..하시길래..
아니에요 제가 오늘 바빠서요...
했더니
아니 금방 돼. 시동 거는 동안 내가 갈아 놓을게
만오천 원밖에 안 해.. 하시면서 막무가내시길래..
아니 저 진짜 바빠서 그래요. 오늘은 안되는데..
하는데..
아니 금방 갈아줄게... 엄마 생각해서 하나 갈아 줘.. 하신다.
저 현금도 없고.. 하며 지갑을 열어 보여주니
계좌이체도 돼.. 핸드폰으로 이체시켜 줘 하신다.
하............
안되는데 저 지금 바로 가봐야 하는데.. 했더니..
아이고 딸.. 나 이미 하나 갈아놨어. 하시는데
어이도 없고 웃음도 나고.. 한편 저 연세에.... 길거리서...
싶은 마음이 들어..
계좌 불러주시고 갈아주세요. 하니
고맙다 연신 말씀하시며 눈 깜짝할 사이에 와이퍼를 갈아
끼우셨다.
나 마음 약하다고 얼굴에 쓰여있나?
특히 엄마들한테..
언젠가도 뭐 팔아 달라해서.. 다른 사람도 많은데 내게 그래서
그때도 거절 못했던 기억 있는데..
무튼..
안 그래도 잘 안 닦이네 싶었는데 갈아서 좋기도 하고,
그 아주머니 장사 수완이면 세상의 모든 딸들과 아들들에게
와이퍼 갈아 끼울 기회를 주시겠구나... 싶다.
한참 웃음이 났다.
뭐 다음에 또 갈아달라시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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