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잘 일어났는데 종을 피곤함이 따라다녔다.
김장 후유증인가 아님 안 하던 운동을 하는 탔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기진맥진인데 엄마는 어떨까 싶다.
동네 어르신들 몇 분이서 목욕하러 가신다 그러더니
잘 다녀오셨냐 물었더니 아침 일찍 갔다가 아홉 시 몇 분차 타고
돌아오셨단다. 오전 내내 자다가 일어나
치울 것 좀 치우고, 지난번에 사 간 감을 열어 봤는데
하도 이뻐서 채반에 줄 세워 펼쳐 놓으셨단다.
치아가 제대로 없으신 걸 알고
이웃 어르신들께서도 홍시 만들어 먹으라고 감을 많이 가져다
주셨다 하시면서 감이 참 이쁘게도 생겼다 하신다.
저녁에 전화가 좀 늦었더니...
김장하고 아픈가.. 했다고.
못 말리는 엄마다.
하루 종일 뒹굴 거렸어. 엄마. 내일 치과에서 봐~ 했더니
너 안 나와도 되는데 하신다.
왜? 하고 물으니.. 운전해서 나와야 하잖아 하는데
참... 울 엄마는 한결같으시다.
엄마는 아랫 이가 하나도 없으시다.
임플란트 몇 개에 이를 걸어 사용하셨는데
오래되기도 했고, 잇몸이 약해져서 다 제거하고
새로 치료 시작했다.
앓던 이가 제거돼서 그런지
엄마 목소리는 늘 씩씩하시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만.. 먹을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누룽지나 죽도 질리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치아 없어 밥도 못 먹고,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어쩌고 저쩌고 신세 한탄이 늘어질 수도 있는 문제인데
엄마는 본인 걱정은 1도 안 하시는 거 같은 게 대단하시다.
사람은 다 똑같지 않나.
나 불편하고, 나 아픈 게 제일 먼저 아닌가 싶은데
울 엄마는 아닌 모양이다.
울엄마는 일반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내가 끄응하고 있으면 아들이..
엄마 나도 아파도 엄마처럼 말 안 하고 끄응하고 있을 거야..
협박하던데
나도 엄마한테 협박이라도 해야 하나..
엄마! 아프면 아프다..
불편하면 불편하니 여기 좀 긁어달라..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엄마 속은 얼마나 깊은 걸까?
어린 시절 들여다보면 빨려 들어갈 것만 같던
시커먼 우물 속..
그 보다 더 깊은 것 같아..
그 우물도 세월에 치이고 망가져..
폭우가 쏟아져 내렸던 어느날은
우수가 들어 손 뻗으면 닿을 것 만치
차 오르기도 했었는데....
망가져 들여다 보이는 우물보다야
건강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게 낫기는 하지만..
이제 엄마는 좀.. 그래.. 좀..
인생에 대해 투덜거리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