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비오는 밤

그냥. . 2022. 11. 22. 22:48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내 핸드폰 잠금화면이다.
몇 해 안된 것 같은데 찾아보니 14년도에 찍은 추암 바닷가
14년 도라... 그때 뭔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남편 모임에서 동해안으로 여행 갔었던 것 같다.
살아있는 바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하늘빛에 따라 물빛이 바뀌는 바다..
사람 속은 알 수 없어도 바닷속은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바다
포말이 아낌없이 부서지는 바다..
나는 그런 바다를 좋아한다.
시원하고 짜릿하고, 가끔은 뼈속까지 찌르는 듯한 바람..
그 날카로움의 진 맛을 제대로 못 봐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바다가 좋다.
그래서 한동안은 바다 가까이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미쳐 있었다.
방구석에 틀어 박혀 폰으로 노트북으로
날마다 바닷가 농가주택 알아보고, 오래된 아파트 알아보고..
그러다가
남편이 호응 해 주는 것 같을 때는.. 전원주택도 알아보고...
작은 아파트도 알아보고..
유튜브로 날마다 바닷가 영상 찾아보고, 집 찾아 보고 그랬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나만의 현실도파 같은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것도 한때인 모양이다.
지금은..
꼭 바다가 아니어도 좋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바닷가는...많이 습하다던데..
습해서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은 내가 상상도 못 할
날카로운 계절이라는데...
그런 저런 생각과 무뎌져 가는 바다에 대한 로망이 버무려져서
뭐 익숙한 곳에서 늙어가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라는
지경까지 와 있기도 하고..
지금은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었던...
이 집을 잘 고쳐서 살아 볼까.. 그러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닷가 작은 아파트 하나 나만의 숨숨집이 하나쯤
있음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숨숨집...
세상에서.. 내 인생에서 도망가고 싶을 때..
또는 내 아이가.. 내가 아는 그 누군가가
숨어들고 싶을 때.. 가끔 숨겨 주고 싶은 그런 집 하나
너도 쉬고 나도 쉬고..
그러려면..
주택보다는 아파트가 괜찮겠지.. 주택은 상주하지 않으면..
관리가 안되니까..
나 하나 들어 가 쉴 수 있으면 돼.
그러다 가끔 우리 식고 어깨 부비며 누울 정도면
좋겠어. 그러고 있기는 하다.
나는... 바다가 좋다...
비 오는 바다가 더 좋다.
눈 내리는 바다에는 미친다.
어느 해였던 가...
바닷가에 여행 갔다가 만난 눈에...
세상 겁쟁이 내가 모두 잠든 꼭두 새벽에
카메라 들고 혼자 나가 바닷가를 서성이며
싸돌아 다녔다는 전설이... 전설이 아닌 사실이었다는..
바다... 보고 싶다..
살아 숨 쉬는..
왜 이제 왔느냐고 싸다구 사정없이 날리는
가슴이 뻥
아니 아니.. 그냥 눈 맞추고 싶다. 바다랑..
가슴 깊숙이 들이 마시고 싶다. 바다 그 어떻게도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그 바다는 너무 멀고... 그 느낌은 김 빠진 콜라처럼
맹맹하다.
몇 년 전 부산 해운대에 친구들이랑 갔었는데...
그때 그 바다는 또 느낌이 달랐어.
남편이랑 둘이 갔던 경포대 그 바다나..
바람과 파도가 뒤엉켜 뒹굴던 추암 그 바닷가..
그 파도 소리가 그 바다 냄새가
그.... 일렁이는 물결이...
풍덩풍덩 바다에 빠지는 빗방울이 보고 싶다.
비 내리는 이 저녁에 왜 나는 비 내리는
바다가 이렇게도 궁금한 것일까?
내가 굳이 궁금해하지 않아도 바다는 거기
누군가를 맞이하고 떠나보내고 또 누군가의 머물러 있음에
잘 있을 건데...
그냥..
바다가 보고 싶다. 비 내리는 늦가을 푸른 밤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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