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하러 왔다
달반에 한 번씩은 오는 것 같다
더 자주해야 머리 쇠는 걸 완벽하게 가릴 수 있지만 가느다란 머리칼에 힘도 없는데 염색하고 파마하고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아서 내 시선으로 최대한 미룰 수 있을만큼 미루고 온다
내 머릿결은 연약하니까
오픈 15분 전에 도착해서 좀 빠른가 싶어 산책로 잠깐 돌다가 아직이면 커피나 사 들고 가야겠다
아아가 좋을까 뜨아가 좋을까 생각하며 굽어 보니 미용실 오색?등이 돌아간다
아니 이미 머리를 말고 계시는 분이 있다
폰 들여다보다가 차례가 되어 거울앞에 앉아 눈을 감는다
날이 차가워진만큼 염색약도 차다
정신 번쩍 들게하는 차가움
이 미용실이 좋은 이유는 조용하고 조용하고 조용해서다
하기 싫은 말 안해도 되고 심지어 텔레비전도 속삭인다
원장님 성향이 그래서 그런지 손님들도 조용조용
미용실이 세상 뜬소문의 원천이라는 말 틀렸다
아무튼
거이 끝나가는 것 같아 눈을 떴다
떴다가 거울속의 낯선 사람이 들여다 보인다
흐린 시야속에 그 사람은 하얀 마스크만 또렿하고 머리는 짙고 눈구멍만 시커멓다
흡사 영혼 없는 그림같은 무섭다는 생각 보다
누구지? 싶은
나 맞아?
눈동자 굴려보고 거울 너머 손님들 얼굴을 살펴보는데 모두들 폰에 열중할 뿐
원장님도 손놀림에 눈이 가있어 잘 뵈지 않고
내 눈만 시커먼 두개의 동굴같은
벗어놓은 안경을 바라보며 너 없으면 난...
흐린 세상은 가끔 안개낀 것마냥 신비롭지만
그래도 흐린 내 눈으로 들여다 보는 나는 내가 아닌것 같은데
감히 누구의 삶을 누구의 인성을 누구의 빛깔을 내눈으로 판단하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후딱 안경쓰고 지대로 봐야겠다
못생기고 삐삐 말랐어도 내가 아는 나를 내 눈으로 확인하면 그래 그래 싶겠지
날이 흐리다
가을이 한층 더 깊은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