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솜뭉치 같다.
털이 너무 많이 길어 예쁜 시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용해야지 하고 있다.
엄마네 다녀와서 미용해야지..
언니가 동생이 엄마네 내려온단다.
그래서 나도 가기로 했다.
지난주에 김장하러 다녀오기는 했지만
서울에서 동생이나 언니가 내려오면 나는
가능하면 내려가서 얼굴 본다.
시집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친정에 언니랑 동생이랑 온 가족이 모였는데
나한테는 연락도 안 한 적이 있었다.
시어른들 모시고 사는 내게 전화하기가 어려웠던 거지..
물론 그때는 언니랑 동생이 내려왔다고 해도
아이고 좋아라 하고 달려갈 입장도 아니기는 했지만..
엄마한테 펑펑 울며 따지고 들었던 적 있다.
전화라도 좀 해 주지 그랬느냐고..
어떻게 나만 빼고 그러느냐고
서운하다 이야기를 했지만..
그 뒤로도 나는 언니랑 동생이 내려와도.. 아니
엄마가 아파도 제일 늦게 알았고,
아버지에게 뭔 일이 생겨도 한참 뒤에나 알았다.
제일 가까운 데서 사는데
그 현실적인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는
타국 살이 딸내미였는지도 모르겠다.
명절 때.. 차례 지내고 손님 치르고 친정으로 출발해서
절반쯤 갔을 때쯤 전화가 와서는.... 작은집 아가씨들 왔는데..
돌아올 수 없느냐는 어머니의 전화..
ㅎ...
그렇게 살았던 세월이 내 어깨에
내 마음에..
내 머릿속에
내 가슴에 서릿발처럼 아직도 시퍼렇게 남아 있음을
나는 가끔 느끼곤 새삼스럽게
무섭단 생각이 든다.
내가...
그냥 좀.. 발버둥이라도 치며 살지..
그랬으면 이렇게 과거에 발목 잡혀 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이야..
남편이 서둘러 데려다주고 모시러 오고...ㅎ...
그때 지금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만 하지..라는
생각은
하나 마나 한 생각..
근데 나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아직도 추억팔이나 해쌌고...
근데..
나 엄마네 갈 수 있겠지..
감기가 생각보다 고약하다.
코는 데따 막히고, 머리도 약간 지끈 거리고..
괜히 엄마네 가서 민폐 되는 거 아닌지 몰라..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멍청이.. 오늘이라도 병원 다녀올걸...
오늘은 좀 일찍 자야겠다.